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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선 굴 따고 골목에선 그물 꿰매고… 활기 되찾는 연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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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선 굴 따고 골목에선 그물 꿰매고… 활기 되찾는 연평도

입력
2011.02.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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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주민 50% 이상 복귀…아이들도 자전거 타고 길거리 달리며 웃음꽃창문 수리 한창… 아직 500가구 깨진 채로"여름엔 더울텐데" 조립식주택 입주자들 걱정

“주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양곡지구 아파트에서 쓰던 물품이 면사무소에 도착했으니 대상 주민들께서는 나오셔서 수령해 가시기 바랍니다.”

18일 연평도는 아침부터 확성기 소리로 꽉 찼다. 피란 주민들의 임시 거주지였던 경기 김포시 양곡지구의 입주계약이 이날 끝나면서 사람뿐 아니라 세간과 옷가지도 섬으로 귀향했다. 양곡지구에 머물렀던 주민 780여명의 이삿짐은 이날 오전 9시40분께 5톤 트럭 7대에 나뉘어 화물선에 실려왔다. 손수레나 오토바이, 경운기를 끌고 짐을 가지러 나온 주민들은 “가서 짐도 풀고 수도 창문 등 집안에 손 볼 곳이 많다”고 서둘렀다.

갯벌에서는 굴 따기가 한창이었다. 10월부터 2월까지가 철인데, 끝물이나마 굴을 따 생활비를 벌려는 주민들과 뭍에 있는 동안 못 먹었던 굴을 맛보려는 주민 20여명이 분주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최남복(73)씨는 “열흘 전 섬에 돌아와 굴을 따러 왔을 때만 해도 네댓 명 밖에 없었는데 오늘은 굉장히 많다”고 웃었다.

골목 골목에 나온 주민들도 부산했다. 어부 김상진(68)씨는 “봄에 잡어 잡을 때 쓸 것”이라며 그물을 꿰매고 있었고, 전파사를 운영하는 김상설(53)씨는 “다시 장사를 해야 한다”며 새 유리문에 ‘에어컨설치수리’ 라는 글자를 스티커로 붙이고 있었다. 오후 1시가 넘자 노인들이 유모차를 지팡이 삼아 거리로 나왔고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소리를 지르며 도로를 쌩쌩 달렸다.

연평초중고등학교는 포격 이후 인천 영어마을, 영종도 운남초등학교 등 ‘남의 학교’에서 더부살이했던 학생들을 위한 졸업식 준비로 분주했다. 포탄 파편에 깨졌던 유리창이 모두 교체됐고 페인트칠도 새로 했다. 29명이 졸업하는 21일 초중고 합동졸업식을 앞두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도 섬으로 들어오고 있다.

마을에 일찍 돌아와 있던 이들은 다른 주민들의 귀향을 더욱 반기는 눈치다. 지난해 12월 중순 섬으로 돌아온 옥순덕(72)씨는 “처음 섬에 왔을 때는 혹시 또 난리 나면 바로 도망가려고 밤에도 옷을 다 갖춰 입고 잠을 잘 정도로 불안했는데, 이리 사람들이 돌아오니 덜 불안하다”고 했다. 한 70대 할머니도 “어제 손주가 돌아오고 말동무들도 거의 다 와서 기쁘다”고 했다.

연평도에는 18일 161명이 입도, 총 700여명의 주민이 섬으로 돌아왔다. 포격 직전 실거주민이 1,300명을 웃돌았는데 이제 과반수를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급격히 늘어나는 주민 수에 비해 복구 잡업은 아직 더디다.

옹진군 연평면사무소에 따르면 현관문이나 창문이 깨진 가구는 640곳인데, 17일 기준 보수가 완료된 가구는 20%(154가구)에 불과하다. 보일러가 고장 나거나 수도가 동파됐는데 아직 고쳐지지 않은 곳도 각 30가구, 50가구에 이른다. 이날도 피해를 신고하러 온 주민들로 면사무소가 내내 북적거렸다. 김옥서(76)씨는 “창문 깨진 자리를 비닐포대로 막아놨는데 바람이 다 들어와 추워죽겠다”고 호소했다.

집이 완전히 불타거나 부서져 연평초중고등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임시 주택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근심도 깊다. 옹진군은 10월까지 새 주택을 지어 입주를 완료시키겠다는 복구 계획을 세워 15일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일부 주민과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집이 전소돼 5.5평의 임시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 오연옥(73)씨는 “밤낮 회의만 하니까 언제 집이 지어질지 모르겠다”며 “임시 주택은 조립식건물이라 여름에 엄청 더울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평도=글ㆍ사진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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