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유일하게 부결돼 눈길을 끌었다.
이 법안은 표결 결과 재석 210명 중 찬성 100표, 반대 89표, 기권 21표로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했다.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약식명령 처분을 받은 피고인이 정식 재판을 청구할 경우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남용, 경미한 사안까지 정식재판을 청구해 사법인력이 낭비되고, 판결 종료 때까지 위반행위가 계속된다는 지적에 따라 만들어진 개정안이다. 당초 법사위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이른바 무쟁점 법안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이 법안의 문제점이 부각됐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본회의 표결에 앞서 반대토론까지 했다. 그는 “이 규정은 약식명령 이후 정식재판에서 되레 무거운 판결을 받아 정식재판 청구가 줄어들자 입법 미비란 지적을 받아 1995년 개정, 삽입된 것”이라며 “억울한 서민들이 재판 받을 권리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서야 되겠느냐”며 반대를 주장했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제기됐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의총에서 “국민의 재판 청구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찬반 양론이 맞선 가운데 박지원 원내대표는 “권고적 반대 당론으로 가자”는 결론을 내리고 의총을 마무리했다.
한나라당 의총에선 이 법안에 대해 별다른 의견이 없었다. 대표 발의한 이 의원은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넘어온 법안이라 부결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정희 대표의 감성적 호소에 일부 의원들이 반대로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에 맞서 찬성토론에 나섰지만, ‘서민의 재판 청구권 보장’이라는 논리를 꺾지는 못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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