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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아시아 거대국가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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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아시아 거대국가의 부상

입력
2011.02.1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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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양의 '위대한 수렴' 넘어야 할 산 많다

위대한 수렴(the great convergence).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가 아시아 국가의 경제적 부상으로 서양의 패권시대가 저물고 동서의 지위가 같아지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과거 유럽의 대항해 시대를 기점으로 동서의 생활수준이 크게 벌어진 상황(great divergence)에 대응하는 말이기도 하다. 울프는 이를 인류역사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변혁적 사건으로 평가하면서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나침반과 종이, 화약은 모두 중국에서 태어났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이를 활용해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쪽은 서양이다. 유럽대륙의 일부를 의미하던 서양이 대항해 시대를 거치면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성공적인 식민지와 함께 19세기말까지 동양과의 소득격차를 맘껏 벌렸다. 20세기 중반에는 중국과 인도의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5%와 7%까지 각각 떨어졌다. 30년 전인 1980년까지만해도 거의 변함이 없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시장국간 경제성장률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중국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2009년에 미국의 19%로 올라섰고, 인도 역시 7%로 높아졌다.

더구나 중국과 인도의 규모를 감안하면 향후 성장세는 더욱 무서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인구는 13억명, 인도는 11억명에 달한다. 세계 인구의 40%에 육박한다. 중국이 과거 일본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1인당 GDP가 미국의 70%에 도달하는데 앞으로 20년이면 충분하다. 특히 2030년이 되면 중국의 물가 수준을 고려한 PPP 기준 1인당 GDP 규모는 미국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서유럽을 합한 것보다 더 크게 된다. 인도 역시 미국의 80%에 달할 것이다.

정치문제 등 내부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방향 자체를 거스를 수는 없다. 오히려 경제성장이 정치와 사회를 필요한 방향으로 바꿀 가능성이 더 크다. 선진국인 서양과의 분쟁도 있을 수 있다. 미국이 줄기차게 문제삼고 있는 글로벌 불균형 문제가 대표적. 중국의 경우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지만 국내 소비 규모는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미국이 70% 정도인 반면 중국은 절반인 35%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더라도 중국과 인도는 자체의 국내 수요만으로도 충분히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을 만큼 엄청나게 큰 나라라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만만치 않은 도전도 도사리고 있다. 이미 에너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나타나고 있고, 경제발전에 따른 도시화는 기후변화, 질병 확산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는 인류에 있어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다. 군사력을 둘러싼 갈등이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이들 문제가 잘 관리되어 왔다. 특히 중국은 기존의 문화, 정치시스템을 고려할 때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서양도 이런 중국을 잘 수용해 왔다.

앞으로도 여러 도전을 극복하고 세계경제가 성장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 중국을 포함한 선도국가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긴밀한 협조체제와 글로벌 지배구조의 합리성․ 유효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중국은 이를 간섭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세계를 공동으로 관리해 나갈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울프는 중국과 기득권 세계가 공유해야 할 다섯 가지 경제적 아젠다를 제시하고 있다. ▦자유무역체제의 유지 ▦대외불균형의 조정 ▦국제통화체제의 개혁 ▦세계적 관심사의 관리 ▦자연자원에의 접근을 둘러싼 잠재적 분쟁 방지 등이다. 마지막으로 울프는 과학기술과 경제학의 발전으로 세계가 이전보다 훨씬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동서는 무조건 협력하여야 하며 이의 실패는 세계의 파멸뿐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대수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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