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가 격화한 리비아에서 한국 기업의 현지 건설현장에 우리 근로자들이 현지 시위대에 습격을 당하자 관계 당국이 인원 대비 및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철수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건설업체는 아직 관망하는 분위기지만, 시간이 갈수록 시위가 리비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일부 국내 기업은 철수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리비아 유포트 프로젝트 컨설팅 업무차 트리폴리를 방문 중이던 최성원 네모 파트너스 사장 등 임직원 6명이 20일 일정을 앞당겨 리비아를 떠났고, 건설 중장비 업체인 해림21 직원도 항공권이 예약되는 대로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리비아 현지 법인 관계자도 “일부 전시장은 이미 폐쇄했고, 매장 차량은 안전한 곳으로 옮긴 상태”라며 “직원들에 대해서는 출장을 금지시켰다”고 밝혔다.
현재 리비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주로 건설업체. 24개 국내 건설업체(감리업체ㆍ하청업체 포함)가 한국인 1,343명을 포함해 2만2,000여명의 인력을 현지에서 고용하고 있다. 특히 반정부 시위 강도가 심해지고 있는 동북부 지역에는 10개 건설업체에서 파견된 343명의 한국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특히 시위가 가장 격렬하게 벌어진 벵가지에는 7개사 109명의 근로자가 있다.
리비아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중동에서 한국 건설업체의 수주가 두 번째로 많은 국가다. 과거 대수로 공사를 시작으로 전통적으로 한국 건설업체의 진출이 활발했던 곳으로, 작년말 기준으로 국내 업체가 294건(364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해 진행했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 잔액은 73억 달러(8조1,577억원)에 이른다.
한편 일부 피습에도 불구, 현지 진출한 건설업체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기존 건설현장은 당분간 유지하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벵가지에서 20㎞ 정도 떨어진 곳에서 공사를 수행 중이라 시내에 비해 피해 우려는 덜한 편”이라며 “공정을 마무리하는 단계라 철수를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도 “건설현장이 트리폴리에서 10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사업 수행에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고 일부 예상대로 리비아 소요 사태가 확대돼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정권 교체로 이어질 경우, 기존 계약의 해지와 그에 따른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집트와 리비아에 이어 중동 전역의 정정(政情)이 불안해질 경우 우리 건설업계의 주요 진출 시장인 중동에서의 사업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시위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되고 리비아의 민주화가 연착륙하게 된다면, 민심 달래기의 한 수단으로 기존 낙후지역에 대한 개발 수요가 늘어나 오히려 국내 업체로서는 기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