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일부에서 개헌 논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여당 내 의견 통일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한 말이지만 상황 전개에 따라 여권 친이계 발(發) 개헌 논의가 야권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7일 밤 KBS에 출연해 "만약 한나라당의 다수 의원들이 우리가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개헌을 요구한다면 (국회 개헌)특위 구성에 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나 우선 기회를 놓쳤고 한나라당이 통일안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통일안을 가져오면 개헌 논의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 때 가서 보겠다"며 즉답을 피한 바 있어 특위 구성 가능성을 내비친 이번 언급이 미묘한 분위기 변화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하면서 개헌이 이뤄진다면 국민 직선에 의해 4년 중임제로 뽑는 대통령과 국회가 선출하는 국무총리가 각각 외치와 내치를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의 제1조건이 내각제였고 국민 앞에 약속했지만 김 전 총리가 '대통령중심제에서는 대통령이 원하지 않으면 개헌할 수 없다'며 스스로 내각제를 거둬들였다"며 "김 전 대통령은 철저하게 대통령중심제를 선호했는데 서거하기 얼마 전 '이원집정제, 즉 분권형 내각제로 할 때가 됐다'고 했고 그것을 자서전에도 남겼다"고 소개했다.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도 17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여권이 진짜 단일안을 갖고 나온다면 (개헌 논의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일관적인 개인 입장을 말한 것"이라면서도 "개헌을 하자는 게 아니라 개헌은 물 건너 갔다는 데 방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당내 개헌특위를 구성한 뒤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제의할 경우 민주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당장 개헌 논의에 응할 가능성은 적다.
손학규 대표가 18대 국회의 개헌 추진에 강력히 반대하는데다 민주당의 다수 의원들이 "지금은 민생을 챙길 때"라는 견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헌 찬성론자들도 개헌 방향을 놓고 4년 중임 대통령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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