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치료를 위해 회사를 떠난 애플의 스티브 잡스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병가를 낸 지 한달 만에 처음으로 대외 행사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백악관은 1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ITㆍ전자업체 경영진과의 회동에 잡스가 왔었다고 밝혔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잡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우드사이드에서 주재한 만찬에 페이스북 설립자인 마크 주커버그와 에릭 슈미츠 구글 CEO 등 기업인 11명과 자리를 함께 했다. 백악관 측은 "초대받은 기업인 12명이 모두 참석했다"며 잡스의 참석을 확인했지만 비공식 행사인 탓에 백악관 취재진조차 그의 참석 여부를 직접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찬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만찬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인물은 역시 전날 타블로이드 주간지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말기 암으로 인해 앞으로 6주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한 잡스였다. 이번 행사는 말기 암 환자가 소화하기 힘든 일정이라며 그의 참석만으로도 중병설은 와전됐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잡스는 취재진 앞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의 치료를 맡고 있다고 보도된 스탠퍼드암센터는 사실확인을 거부했다. 애플 역시 잡스의 건강상태나 그의 복귀 시점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로 인해 세계 IT업계 최고 거물의 건강 상태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차분했다. 인콰이어러의 보도가 나간 뒤 17일 애플 주식은 1.3% 하락 마감했으나 이는 지난달 잡스가 병가 낸 직후 7%대나 폭락한 것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잡스가 아프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잡스의 '6주 시한부 생명설'을 보도한 인콰이어러도 도마에 올랐다. 미국 경제전문 격주간지 포브스는 이날 미국 종양의학자인 오티스 브롤리 박사의 말을 인용해 "단지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누군가의 남은 수명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실제 환자를 진료하더라도 그러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인콰이어러의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날조된 사진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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