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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英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장하준 "무역장벽 없애서 부자된 나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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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英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장하준 "무역장벽 없애서 부자된 나라 없다"

입력
2011.02.1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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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48)은 문제적 학자, 아니 논쟁적 학자다. <사다리 걷어차기> (2004) <쾌도난마 한국경제> (2005) 등으로 한국에서 대중적 주목을 받기 시작할 때부터, 그는 기존 좌우 진영의 경계를 넘나들며 논쟁을 일으켰다. 그가 박정희 개발독재와 재벌체제의 긍정적 측면을 제시할 때는 진보진영이 당황했지만, 시장지상주의와 개방정책을 비판할 때는 보수진영이 당황했다.

대조적인 두 진영에 힘을 주기도, 빼기도 하는 그의 주장은 지난해 말 출간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대중의 관심을 받자 보수, 진보 두 진영의 교수와 브레인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잇따라 반박의 글을 발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장하준은 상반된 비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한국경제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할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가 스물일곱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건너갔다. 고색창연한 옛 건물과 푸른 겨울 잔디가 공존하는 전원 같은 대학도시의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예의 힘찬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_<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가 한국에서 출판 석 달 만에 40만부가 판매됐다. 이렇게 관심이 큰 이유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실망이 이유일 것이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기존 모델이 배척되고 신자유주의가 채택됐다. 당시 사정이 워낙 나쁘다 보니 다들 신자유주의에 기대를 품고 그에 맞춰 열심히 일하고 돈을 굴리고 스펙을 쌓았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느는 등 삶은 도리어 피폐해졌다. 앞서 신자유주의를 채택한 미국, 영국이 2008년 금융위기로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며 이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그런 참에 책이 나온 것이다."

_신자유주의와 시장주의를 공박하는 책의 내용을 놓고 보수, 진보 양쪽에서 비판이 나왔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정체는 무엇인가.

"보기에 따라 좌파도, 우파도, 중도도 된다. 시장이 중요하냐 국가 역할이 중요하냐로 보면 국가 편이니까 좌파고, 급진이냐 점진이냐로 나눈다면 서서히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우파며, 자본가 편이냐 노동자냐 편이냐로 한다면 둘이 타협해야 한다고 보니까 중도파다. 실은 이런 기준도 나라마다 다르다. 산업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할 경우 한국, 프랑스에서는 우파지만 영국에서는 좌파다. 중앙은행 독립을 주장하면 한국에서는 좌파가 되고 유럽에서는 우파가 된다."

_장 교수는 신자유주의에 따른 자유무역과 금융개방을 비판하는데, 보수진영은 개방정책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반박한다.

"나라가 발전하면 전체적으로 개방을 더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모든 분야를 다 열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급속하게 개방을 했다. 자본시장은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개방했다. 외국 공산품에 매기는 관세도 낮은 편이다."

_자본시장이 과도하게 개방됐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인가.

"외국자본이 들어오는데 제약이 없다. 인수합병도 쉽다. 미국마저 인수합병을 어렵게 하는 장치가 있는데 우리는 없다. 이미 미국, 영국 등의 자본이 많이 들어와있다. 그들은 한국을 들락거리며 환율을 요동치게 하는 등 장난을 칠 수 있다. 한국 기업을 인수해놓고 선진 기술도, 선진 경영기법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투자할 생각도 없고 고용도 불안하게 했다. 그렇게 해서 5년 안에 돈 빼 나갈 생각을 한다.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미국 시가총액의 1∼2%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돈이 2%만 들어와도 한국의 모든 상장기업을 살 수 있다."

_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규제 장치를 강화하고 인수합병을 어렵게 해야 한다. 극단적인 자본시장 개방을 요구했던 국제통화기금(IMF)도 그런 전략의 문제점을 알았는지 요즘은 단기외국자금의 출입을 통제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외국 자본에 대한 고삐를 죄기에 좋은 기회다."

_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우려했는데.

"한미FTA가 발효되면 전자, 자동차 등은 조금 득을 볼 것이고 농업, 서비스는 피해를 볼 것이다. 서비스는 고용집약도가 높으니까 실업이 늘어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부품소재산업, 대체에너지산업, 나노기술 및 신물질 개발 등 기술력이 필요한 차세대 산업의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_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국민소득도, 부문별 생산성도 미국, 스위스, 스웨덴,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를 앞선 미국, EU 등과 FTA를 맺으면 상대의 관세 인하에 맞춰 우리 역시 관세를 낮춰야 한다. 또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강한 요구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국민소득 4만∼5만 달러 시대를 여는 신산업의 성장에 어려움이 생긴다."

_한국은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FTA로 시장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가 그 동안 FTA 때문에 수출을 잘 한 게 아니다. 품질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자국 정부에 압력을 넣어 일본 차의 진출을 막으려 했지만 품질을 앞세운 일본 차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관세 낮춰서, 무역장벽 없애서 부자 된 나라는 없다."

_결국 교역확대와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것인가.

"무조건 반대로만 보지는 말아달라. 그렇지만 우리가 1970년대 초에 미국과 FTA를 했더라면 지금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항제철은 없었을 것이다. 자유무역을 조금만 비판해도 대원군이라 하고 북한처럼 살자는 것이냐고 하는데 그런 비판은 온당치 않다."

_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한미FTA는 어떻게 해야 하나.

"국회가 비준하지 말아야 한다. 비준을 해놓고 깼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비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 미국도 1946년 국제무역기구(ITO)를 만들기로 다른 나라와 약속했다가 의회 비준을 받지 못해 기구 출범을 무산시킨 적이 있다."

_개방에 대한 그 같은 경계 때문에 자본의 국적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재벌을 한국 자본이므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 때문에 장 교수가 민족주의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의 성격이 국적만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국적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내가 민족주의자라서 외국 자본 미워하고 한국 재벌은 눈감아 준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 외국자본의 규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민족주의자가 맞다. 하지만 단일민족이라느니 민족의 우월성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믿지 않는다."

_재벌이 성장의 중요한 축이었다고 하지만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 아닌가.

"그렇다. 횡령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그것은 강하게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재벌이 다각화를 통해 신산업에 도전하고 국가 성장에 기여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핀란드의 노키아는 벌목회사로 출발해 전자사업에 진출했는데 전자 쪽에서 17년간 적자를 내는 동안 다른 계열기업들이 참으며 도와주었다. 또 한가지, 한국 재벌만 유난히 비도덕적인 것은 아니었다. 외국에는 전쟁에 돈을 대거나 노예를 고용한 기업도 있었다. 다른 나라 기업이라고 천사는 아니다."

_외국자본 규제 등 정부 통제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부담스러워하는 시각이 있다. 박정희식 개발독재도 떠올리고.

"<쾌도난마 한국경제> 가 출판됐을 때만 해도 박정희 체제 하의 성장은 인권탄압과 노동착취로 이뤄진 것이므로 의미가 없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건 틀린 것이다. 경제성장으로 더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된 것을 부정하면 안 된다. 영양상태도 좋아졌다. 지금도 일을 많이 하지만 과거보다 작업 환경이 좋아지고 근로시간도 줄었다. 여성이 고급직종에 진출하면서 남아선호사상에도 변화가 왔다."

_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에 동의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엄청난 대가를 치른 것은 부인할 수 없지 않은가.

"18년 독재에 강압통치 하고 인권탄압하고 철거민 쫓아내고 간첩단 사건 조작하고 사람 목숨 빼앗은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선진국이라고 평화롭게만 자본주의를 발전시키지는 않았다. 다른 나라 침략해 식민지화하고 노예를 부렸으며 아동노동을 시켰다. 미국의 핀커튼사설탐정단처럼 파업을 반대하고 파업 노동자를 사살하는 세력도 있었다. 유독 우리만 인권 탄압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_소액주주운동을 걱정하는 것도 외국 자본에 대한 경계심 때문인가.

"소액주주운동은 원래 펀드매니저가 하던 것이다. 지배주주에게 우리 말도 좀 들으라는 것이었다. 한국의 소액주주운동은 그것을 사회운동으로 승화한 것으로 세계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한국의 소액주주운동이 다 나쁘다고 한 것은 아니다."

_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소액주주운동이 성공하다 보니 주주자본주의 논리 자체가 정당하다는 결과를 낳았다. 주주자본주의는 주주의 이익만을 좇는 경영을 하는데 그것보다는 종업원, 하청업체, 지역사회 등의 이익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주주의 힘을 제약해야 한다. 소액주주운동은 소액이라는 단어가 붙어있기는 해도 결국 주주의 권리를 강조한다. 한국 재벌의 소액주주 가운데 펀드가 많은데 그 중 상당수는 투기성 외국 자본이다. 주주자본주의가 너무 힘을 얻으면 재벌 기업이 정체도 모르는 해외 자본에게 먹힐 수 있다. 재벌이 소비자의 구매 등 국민의 힘으로 큰 측면도 있다."

_한국이 과거처럼 고도성장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대체로 성장률 자체도 떨어진다."

_그렇다면 동력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래도 제조업이다. 제조업 없이 장기간 높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나라는 없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두바이 등이 금융국가의 허상을 좇다 망한 것 보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면 안 된다. 보기에는 그것처럼 돈 벌기 쉬운 게 없다. 시장 열어 놓으면 남들이 들어와 다 해줄 것이니 힘들게 기술개발하고 시장개척할 일이 없어진다고 보는 것 같다. 폴 볼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30년 간 이뤄진 금융 혁신 가운데 유용한 것은 현금자동인출기 밖에 없다고 한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금융 본산지에서조차 한물간 것을 따라 갈 이유가 없다. 샌드위치론을 말하면서 우리 제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우리가 언제 샌드위치 아니었던 적이 있나. 쫓아오는 중국만 걱정하고 도망가는 미국, 영국은 왜 생각하지 않는가. 제조업에 대한 생각이 너무 안이하다."

_요즘 한국에서 복지 논쟁이 한참이다.

"<쾌도난마 한국경제> 에서 복지 이야기를 꺼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이 엉뚱한 소리 한다고 웃었다. 나 역시 10년 후를 내다보며 한 이야기였다."

_장 교수가 생각하는 복지의 기본 방향은.

"유럽식 보편적 복지다. 보편적 복지가 모든 것을 정부가 제공한다는 것은 아니다. 시민권에 기반한 것 즉 시민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그런 의미의 보편이다. 소득 낮은 사람만 복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복지확대론자라고 성형수술까지 정부가 돈을 대야 한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고 보편적 복지에 반대한다 해서 초등학교 의무교육마저 없애자고 하지는 않을 것이니 접점이 있을 수 있다. 원칙론적으로 복지는 의료, 교육, 노후, 실업 등 누구나 당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에 대비한 사회보험을 하자는 것이다. 국민이 같이 계 들어 보험 드는 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_복지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복지 정책이 잘 된 나라의 국민은 계층이동이 활발하고 변화에 개방적이며 위험을 적극적으로 감수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 것이다."

_복지를 확대하려면 돈이 많이 들지 않나.

"복지를 이야기 할 때 무상이라는 말을 쓰는데 사실 무상은 없다. 소득세, 재산세를 내지 않는 가난한 사람도 물건을 살 때 부가가치세 등은 낸다. 복지를 제대로 하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궁극적으로 완전한 복지를 하겠다면서 세금을 걷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_한나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하더라. 혹시 정부나 정치권에 직접 참여할 생각은 있나.

"전혀 없다. 물론 정책에 영향을 주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렇지만 내 역할은 안에서 보지 못하는 유용한 것을 이곳에서 발견해 전해주는 것이다. 지금 위치에서 지금 방식으로 말이다."

_정부 활동에 참여한 적은 있는가.

"과거 참여정부 시절 이정우 경북대 교수가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있을 때 위원회에 이름이나 올려달라고 해 응한 적이 있다. 멀리 있다 보니 회의에는 한번도 가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위원이 '한미FTA를 하지 않으면 한국이 북한, 리비아, 쿠바처럼 된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나라가 지금도 매우 개방된 경제인데 그런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글을 보낸 적은 있다."

■ 지난번 직격인터뷰가 만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에콰도르의 코레아 대통령 취임식에 축하사절로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만난 코레아 대통령이 장하준의 를 읽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장하준은 "코레아 대통령이 내 책을 읽은 뒤 이 메일로 여러 가지를 물어와 대답을 해주면서 가까워졌다"며 "그 인연으로 에콰도르를 두 차례 방문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장하준은 에콰도르 외에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도 초청을 받아 조언을 하고 세미나 등에서 주제발표를 한다. 그의 이런 활동은 전공과 관련이 있다. 그는 경제발전론을 전공하면서 어느 정도 산업화가 된 나라의 산업∙무역∙기술 정책을 주로 연구했다.

그는 한국인 최초의 케임브리지대 교수로도 유명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박사과정을 채 끝내지 않은 상태에서 1990년 교수가 됐다. 그는 자신이 교수가 된 것을 두고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경제발전론을 전공한 교수가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바람에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박사과정을 마치기 전에 교수 되는 일이 가끔 있었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이곳에서 처음 석사 공부를 할 때 원서를 읽는데 페이지당 30분씩 걸렸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5시간이면 읽을 것을 나는 10시간, 12시간 읽어야 했다"고 말했다.

를 보면 그가 경제뿐 아니라 정치, 교육, 역사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행정학, 물리학, 경영학, 경제학, 인지심리학, 인공지능 등 여러 분야에 정통한 허버트 사이먼을 최후의 르네상스적 인물로 책에서 거론하면서, 자신도 세상사의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경제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과학철학과 과학사를 가르치는 동생 장하석도 지난해 9월부터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로 있다. 장하준은 "케임브리지에 공부하러 왔을 때만 해도 이곳에 정착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한국에 가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에 세 번이나 지원했지만 그때마다 탈락했다. 이를 두고 서울대의 배타성 등 여러 말들이 많았다.

3선 의원 출신의 장재식 전 산자부 장관이 그의 부친이며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장은 사촌 형,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사촌 누나다.

● 약력

1963년 서울 출생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87년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석사

1992년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

1990년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

● 주요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 <개혁의 덫>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 역할>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좌우서 공격받는 장하준

장하준은 보수, 진보 모두 껴안기도, 밀어내기도 불편한 존재다.

먼저 보수가 그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는 시장만능주의, 개방화를 비판하고 대신 국가가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계획을 넘어_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대한 자유주의자의 견해'라는 보고서에서 송원근 선임연구위원 등은 정부를 우위에 두는 장하준의 주장과 관련, "정부주도의 계획경제는 성장을 저해하고 분배의 효율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기업간 경쟁을 통해 잘못된 투자를 배제할 수 있는 시장의 효율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또 "선진국이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으로 성장했다"는 장하준의 주장도 역사적 사실과 관계 없으며 도리어 "강대국으로 도약한 개발도상국 대부분은 자국 기업을 경쟁이 치열한 수출시장으로 유도했다"고 강조했다.

진보의 생각은 최근 김기원 방송대 교수가 창비웹진에 올린 '장하준 논리의 비판적 해부'라는 글에서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글에서 "민족주의 감정을 악용해 부패하거나 무능한 재벌총수 문제를 덮어선 안 된다"며 "(그것이) 재벌기업 나아가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운동과 관련해서는 "한국은 주주자본주의가 아니라 총수자본주의"라는 전제 아래 "장부 조작하고 회사 돈 빼돌리는 총수를 고발하는 시민단체 활동이 뭐가 잘못됐다는 말일까"라며 "장 교수는 재벌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장하준은 "내 책을 제대로 읽고 그런 소리들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수긍하지 않았다.

인터뷰 영국 케임브리지=박광희 편집위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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