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반정부 시위가 확산 일로다. 튀니지, 이집트의 연이은 혁명 성공에 고무돼 리비아 바레인 이란 예멘 등에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독립전쟁을 치렀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랍권에 처음으로 ‘사회적 변화’의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예멘
반정부 시위대가 100만명이 운집하는 '분노의 날'을 예고했던 대로 이날 수만명의 군중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남부 항구도시 아덴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시위대가 주정부 청사에 불을 질렀고, 경찰이 총을 쏘며 무력 진압에 나서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다. 남부도시 타에즈에서는 시위대가 운집한 자유광장에 정체 불명의 수류탄이 날아 들어 2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바레인
18일(현지시간) 바레인에서는 2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왕정제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위대가 15일부터 수도 마나마 진주광장에 모여 요구한 정치개혁의 요체는 할리파 빈 살만 알할리파 총리의 퇴진이었다. 그러나 시위대는 이날 시위 희생자 장례식을 계기로 “국민은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당초 40년간 권력을 독점해 온 수니파 지도부에 대한 시아파의 소외감이 반정부 시위의 배경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시위 양상이 변했다고 볼 수 있다.
한 시위자는 AFP통신에 “우리가 원하는 것은 수니파도 시아파도 아닌 국가 통합”이라고 말했다. 튀니지, 이집트와 마찬가지로 셰이크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국왕이 물러나고 새로운 통합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주축기관인 혁명위원회는 이날 "시위에 대해 강하고 끔찍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며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혁명위는 "민중의 권력, 대중에 의한 정부, 혁명과 그 지도자에 대항하는 것은 자살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는 17일에 이어 시위대 수천명과 군인들이 대치했다. 벵가지는 군 병력이 처음으로 시가지 곳곳에 배치되는 등 리비아 민주화의 전초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최근 이틀 동안 벵가지와 동부 알바이다 지역에서 보안군과 혁명위 민병대의 유혈 진압으로 최소 24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란
이란에선 반정부-친정부 시위대 간 세대결이 한창이다. 친정부 세력은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 수만명이 참가한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야권 세력의 양대 구심점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와 메흐디 카루비 전 국회의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무사비와 카루비를 교수형에 처하라"고 주장했다. 이란 헌법수호위원회 위원장인 아야톨라 아마드 자나티는 금요기도회 연설에서 "사법부는 무사비와 카루비가 대중과 접촉하는 전화, 인터넷 등 모든 수단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권단체인 녹색운동조정협의회(CCGM)는 "20일 전국 각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를 대대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혀 양측의 대결 구도가 극한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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