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7일 부산ㆍ대전저축은행의 영업을 정지 시킨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이제 응급환차를 막 병원에 데려다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예금보험기금의 공동계정 개설안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금융 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형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PF 대출 비중을 일정 비율로 묶는 등 규제 수위도 강화하고 있다. 또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기준도 5%에서 향후 7%로 단계적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저축은행의 리스크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관리하는데 불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저축은행 업계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여전히 늘어나는 추세인데다가, 수치 놀음만으로도 우량 기관으로 분류될 수 있는 감독의 허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계열 저축은행의 부실이 커져도 스스로의 BIS 비율은 영향을 받지 않아 우량 저축은행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또 대주주 증자 없이 후순위채 발행으로만 BIS 비율을 높여도 당국은 우량 기관으로 분류했다. 한 관계자는 "BIS 비율이 높다던 곳이 갑자기 영업정지 되는 경우가 발생한 것도 이런 부실한 BIS비율 관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의 무분별한 외형 확장과 고위험 투자를 막는 한편, 장기적으로 '도덕적 해이' 성향이 짙은 예금을 배제하는 근본적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정문영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저축은행의 취약한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정 연구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경우 고금리 매력으로 예금자의 폭은 2005년 230만명에서 2010년 426만명으로 해마다 늘어나지만, 대출자는 134만명에서 88만명으로 감소했다. 요컨대 우량한 대출 거래처가 줄어들면서 부실이 위험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PF대출뿐만 아니라 일반 대출에 대해서도 당국이 모범규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은행 건전성을 평가할 다양한 새로운 지표를 개발,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총자산 중 자기자본 비율(계열사의 경우는 연결 총자산 중 연결 자기자본비율) ▦자기자본 대비 연체대출채권 비율 ▦대손충당금 비율 등이 새로운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예금자 보호 한도의 차등화도 근본적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저축은행에 시중은행과 같은 5,000만원의 예금보장을 해주는 바람에 저축은행들이 무분별한 자산운용을 하고 예금자도 이를 믿고 위험한 줄 알면서 예금을 맡기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축은행 예금에 대한 보호한도를 줄이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상정된 상태이다.
물론 저축은행 업계는 "예금한도를 낮출 경우 '뱅크 런'(예금인출사태)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기업에 대한 급격한 여신 회수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전문가는 "다른 업권의 한도를 높여준다든지, 같은 업권 내에서도 건전성 등에 따라 회사별로 보호금액을 차등화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소개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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