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다니엘 돔샤이트_베르크 지음ㆍ배명자 옮김/지식갤러리 발행ㆍ340쪽ㆍ1만3,800원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마르셀 로젠바흐 등 지음ㆍ박규호 옮김/21세기북스 발행ㆍ400쪽ㆍ1만5,000원
지난해 하반기 각 언론사 국제부는 당번을 정해 한 웹사이트에 갱신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체크해야 했다. 다중지성의 아이콘 위키피디아와 같은 'wiki'('빨리'라는 뜻의 하와이어)에 'leak(누출)'를 합성해 만든 위키리크스(wikileaks)라는 이름의 사이트다. 명칭은 익살스럽지만 공개되는 정보는 웃기지 않았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전쟁 일지나 아이슬란드 금융 위기를 초래한 카우프싱은행의 약탈 행위 같은 치명적 비밀이 하루가 멀다고 업데이트됐다.
세계는 경악했다. 감춰져 있을 때 진실은 그것을 감춘 자의 권력이고 자산이었다. 하지만 백일하에 드러난 진실은 그들의 목을 죄는 올가미가 됐다. 각국 정부는, 특히 무려 25만여 건의 국무부 기밀문서를 네티즌에게 오픈당한 미국은 길길이 날뛰었다. 그렇다고 이 강대국이 늘 써먹던 방법을 사용하기는 곤란했다. 월드와이드웹에는 항모전단을 띄울 수도, 순항 미사일을 날릴 수도 없었다. 과거의 성추행 혐의로 사이트 운영자를 우방국의 감옥에 가둔 것이 다였다.
두 권의 책은 세계를 충격과 혼돈으로 몰아넣은 위키리크스의 정체, 그리고 그것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를 부제목으로 단 책은 독일의 대표적 주간지 슈피겔의 기자들이 썼고,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을 부제목으로 뽑은 것은 위키리크스의 2인자였던 다니엘 돔샤이트_베르크가 쓴 책이다. 두 권 모두 위키리크스가 2007년 서비스를 시작해 고작 3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가 되기까지의 긴박한 과정을 서술했다. 그리고 그것을 만든 인간들의 표정을 담았다.
돔샤이트_베르크의 책은 '정보화 사회의 로빈훗'이라는 이미지에 가려진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옛 동료이자 세계적 인물이 된 어산지를 "일방적이고 극단적"인 사람으로 묘사한다. 위키리크스가 지닌 다른 차원의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 책의 목적. 이를 테면 세계적 고발 사이트에 대한 내부 고발인 셈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다 "나는 위키리크스에서 같이 일했던 누군가가 내민 비밀유지계약서에 서명하는 대신, 지금 이 책을 쓰고 있다"고 비장한 심정을 밝힌다.
이 책은 여러모로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떠올리게 한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와 공동 설립자 왈도 세브린의 갈등을 다룬 이 영화는 아이디어와 컴퓨터공학 지식만으로 일약 부와 인기를 거머쥔 주인공들의 인격적 결락을 여실히 보여 준다. 책 속에서 세계적 해커 출신인 줄리언 어산지도 그런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극단적으로 자유로운 사고를 지녔다. 극단적으로 에너지가 넘친다. 극단적으로 천재적이다. 극단적으로 권력에 사로잡혀 있다. 극단적 편집증이다. 극단적 과대망상이다."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위키리크스가 또 다른 권력이 됐음을, 그리고 그 고발 시스템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데 이 책의 값어치가 있다. 저자는 이렇게 진단한다. "이들(어산지와 거대 언론사)은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자료를 고른다. 최근 폭로들은 위키리크스의 예전 기본 아이디어에서 이미 멀리 떨어졌다. 그것도 아주 멀리." 위키리크스가 했던 방식 그대로 "위키리크스의 문 뒤"를 보여 주는 책이다.
슈피겔의 두 기자(마르셀 로젠바흐, 홀거 슈타르크)가 쓴 책은 지지와 비판의 관점을 함께 담고 있다. 이 책에 묘사되는 어산지의 얼굴도 선지자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단지 0과 1로만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실제 삶에서 이 수학자의 행동은 조심성이나 신중함 따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무모하고 단도직입적이며, 상대가 자신과 비슷한 지적 수준에서 대화할 능력이 없다고 느낄 때 거침없이 상처를 준다." 그러나 또 이렇게 묘사한다. "그는 철저히 자신의 사명에 헌신했고 남들과는 물론. 자신과도 타협하지 않았다."
저자들은 어산지와 그의 지지자, 비판자들을 수년 간 관찰하고 때론 협력 관계에 있으면서 인터뷰했다. 어산지가 어떻게 해커의 길에 들어서게 됐는지, 수많은 정보원들과 어떻게 만나고 기밀문서를 입수하게 됐는지 비교적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또한 현대에 정보와 매체가 지닌 의미에 대한 저널리스트의 분석도 담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체 게바라'와 '극단적으로 치닫는 테러리스트'라는 극단의 평가 속에 존재하는 위키리크스라는 신생의 도구를 성찰하게 한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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