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 처리를 둘러싸고 각종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다. 특정 지자체가 시범적으로 사용한 뒤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다른 지자체에 전파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단순한 대책은 침출수가 지하수나 하천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벽을 설치하는 것. 경남 김해시는 지난 4일 한림면 안하리 안하천 주변을 따라 황토차단벽을 설치했다. 점성이 높은 황토는 수분 이동을 차단하기 때문에 대규모 댐이나 제방공사에도 차단벽으로 사용된다. 황토차단벽은 콘크리트보다 비용도 적게 든다.
미생물을 이용한 악취제거 방식도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는 바실러스 알카로필러스(Bacillus Alcalophilus)균을 도 전역에 보급하기로 했다. 바실러스균은 파주시농업기술센터 김윤근 지도사가 제안해 파주시 매몰지 230여 곳에 살포, 효과를 봤다. 경기 고양시는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기 위해 가축매몰지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하우스 내부에 살균효과가 있는 활성미생물(EM)을 투입할 예정이다.
충남 연기군 남면에 있는 농가에서도 돼지 매몰지에 E사가 개발한 미생물 탈취탑을 2개 설치, 악취를 제거했다. 이 업체 박수훈대표는 “침출수에는 생석회가 혼합돼 있어 강알칼리성을 띠기 때문에 토양미생물이 분해작용을 하기 어려워 악취가 오래 지속된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소나 돼지를 묻을 때 가축 사체 위에 바로 비닐을 덮을 것이 아니라, 먼저 미생물을 혼합한 흙을 1~2m 덮은 후 그 위에 비닐을 덮으면 미생물이 사체의 부식을 신속히 진행해 악취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15일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구제역 매몰현장 환경영향대책마련 토론회’가 열려 침출수로 오염된 지하수를 정화하는 방법이 논의되기도 했다.
우선 ‘반응벽’설치가 유용한 방법으로 소개됐다. 반응벽은 톱밥 같은 작은 철 가루를 촘촘히 채워 만든 ‘정수 필터’인데, 지하수가 흐르는 지하 3~5m에 설치하면 철이 녹슬면서 수산화이온(OH-)을 만들어내고 해로운 세균의 세포벽을 망가뜨리는 멸균작용을 한다.
또한 ‘양수처리법’은 경기도가 적용하기로 한 방식으로, 침출수로 오염된 지하수를 끌어올려 정수하는 것으로 정화 효과가 크다. 경기도는 보유 중인 가축분뇨공공수거차량 52대와 분뇨수거차량 600대, 35개 분뇨처리장을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기도 매몰지의 45%가 침출수를 뽑아낼 유공관이 없거나 보완이 필요해, 일단 유공관 설치작업부터 해야 할 형편이다.
하지만 KIST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차단벽 설치’나 ‘화학물질 직접 주입법’은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차단벽은 보통 지하수가 스며들지 않는 지하 10~15m 암반층까지 닿도록 설치해야 효과가 있으며, 오염된 지하수의 흐름을 늦출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관을 통해 화학물질을 주입하는 방법도 토양 미생물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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