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상대평가 방식의 중ㆍ고교 내신제도를 2014학년도부터 ABCDEF의 6단계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특수목적고 등 일부 학교에 유리하다는 점과 평가의 공정성 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18일 한국교총회관에서 열린 ‘중ㆍ고교 학사관리 선진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정책연구 시안을 발표했다. 정책연구팀은 현행 상대평가 방식의 내신은 학생들의 경쟁심과 석차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를 조장하고, 내신에 대비한 사교육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절대평가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안에 따르면 올해 중학교 1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4학년도부터 현행 9등급 상대평가 대신 ‘ABCDEF’ 6단계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된다. 또한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중학생이 되면 ‘수우미양가’ 5단계 대신 ‘ABCDEF’ 6단계로 성적이 매겨진다.
중ㆍ고교생이 특정 교과목에서 F단계를 받게 되면 계절학기나 방과후 수강 등을 통해 대학처럼 해당 과목을 재이수하도록 했다. F단계는 학업 성취율이 30~50%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여하도록 했다.
다만,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모든 학생에게 점수를 후하게 주는 ‘성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중학교에선 ABCDE의 성취도 등급 외에 석차와 재적 학생수, 고교에선 원점수, 평균점수, 표준편차 등을 함께 표시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상대평가는 타 학생의 실패가 나의 성공이 되는 제로섬 게임으로 학습공동체 의식을 파괴하지만 절대평가에서는 토론수업과 협동학습 등 창의인성 수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교육개발원의 설문조사에서도 교사와 학부모(1,195명)의 73.8%는 중ㆍ고교 내신에 절대평가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절대평가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평가 전문성이 지금보다 높아져야 하고, 내신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학교의 평가 관리 실태를 과학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여건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김성숙 본부장은 “서울 강남지역과 농어촌 지역의 교사는 우수학생을 보는 기준이 어쩔 수 없이 다르다”며 “절대평가 기준이 ‘상대화’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박현정 교수도 “개선안의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학부모들이 평가를 불신할 위험성이 있어 교사에 대한 질 높은 연수 제공과 지침서 제작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조 정책실장은 “모든 고교가 평준화된 상태라면 절대평가의 도입이 효과를 거두겠지만 현재의 고교 체제에서는 특목고와 자율고 학생들만 우대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연구팀의 시안을 바탕으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안으로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