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의 숙소에 침입한 괴한 3명이 국가정보원 직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정원의 '프로답지 못한' 첩보 수집 역량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프랭크 라뤼 유엔 의사ㆍ표현의자유특별보고관을 미행(본보 2010년 5월 17일자)하다 휴대폰 사진에 찍혀 항의를 받는가하면, 리비아에서 어설픈 정보활동을 벌이다 추방되는 등 외교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에 국정원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 4일 라뤼 보고관은 서울 명동의 한 호텔 정문 앞에 세워진 은색 승용차 안에서 자신과 일행을 캠코더로 찍고 있는 사람을 발견, 이를 휴대폰으로 찍었다. 라뤼 보고관은 이틀 후 천영우 외교부 2차관을 만나 "누군가 미행을 하는 것 같다"고 항의했다. 국정원, 경찰 등은 자신들과 관계 없는 일이라고 공식 부인했으나 본보 확인 결과 이 차량은 서울 서초구 OO동 국정원 부지에 차적을 두고 있었다.
지난해 6월에는 리비아 대사관에 나가 있던 국정원 직원이 정보수집 활동을 하다 발각돼 추방됐다. 이 직원은 리비아 군수물자 정보와 북한 근로자 동향을 파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는 이 사건 직후 1,000㎞짜리 도로 건설에 대한 경제지원을 요구해왔다. 관계자들은 "정보활동이 적발된 대가로 10억달러짜리 무상 건설을 요구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달 국정원의 서울 영등포구 한국진보연대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한 국정원 직원이 MBC 로고가 새겨진 신분증걸이를 착용하고 신분을 속이다가 기자에게 적발돼 달아나기도 하는 등 국정원의 아마추어 같은 행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도 국정원 요원이 인도네시아의 정보를 빼내려고 벌인 일이라면 형편없는 정보활동 역량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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