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권이 새 총리 취임 1년도 안 돼 또다시 무너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역사적인 자민당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내홍으로 바람 잘날 없던 민주당의 분열이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 나오토(菅直人) 정권과 대립하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대표 계열 의원 16명은 17일 “간 정권에 정당성이 없다”며 민주당 의원과 무소속으로 구성된 회파 이탈을 신청했다.
정치자금문제로 강제기소된 오자와 전 대표의 당원 자격을 정지하려는 민주당 집행부의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다. 한국의 원내 교섭단체에 해당하는 회파는 국회 표결 등에서 행동을 같이 하는 그룹을 말한다.
회파 이탈은 당의 정식 승인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이탈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국회 법안 심의에서 당론을 거부하고 독자행동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볼 수 있어 현재 민주당이 국회 통과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2011년도 예산 관련법안 성립은 절망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
예산안은 여소야대의 참의원에서 반대해도 중의원 가결 우선 원칙에 따라 민주당이 과반수인 중의원만 통과하면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 전에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적자국채 발행 등을 포함해 예산을 집행할 관련 법안은 참의원에서 부결될 경우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가결해야 성립한다. 야당이 참의원에서 법안을 부결할 경우 연립정권을 이탈한 사민당을 끌어들여 중의원에서 재가결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전략이었지만 오자와계 의원의 반기로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오자와 전 대표의 주도 아래 집단 탈당 사태로 번질지도 모를 이같은 상황을 간 총리가 수습하지 못할 경우 야당의 ‘총리 사임’이나 ‘중의원 해산 후 총선’ 공세가 거세지는 것은 물론 국민 여론도 악화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하토야마(鳩山) 전 총리를 비롯해 자민당 정권의 아소(麻生) 후쿠다(福田) 아베(安倍)처럼 집권 1년을 채우지 못하고 3, 4월께 총리 자리를 내던지거나 국민에게 다시 신임을 묻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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