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印尼특사단 숙소 침입/ 망 보는 이도 없고 CCTV 고스란히 노출 "국정원 직원 맞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印尼특사단 숙소 침입/ 망 보는 이도 없고 CCTV 고스란히 노출 "국정원 직원 맞나"

입력
2011.02.18 04:50
0 0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이 묵고 있던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숙소에 침입한 괴한 3명이 국가정보원 직원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고도로 훈련된 정보요원인가 할 때,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 행각에 많은 의문점이 남는다. 국경을 넘나들며 첩보전을 벌이는 이들이 서울시내 한복판의 호텔에서 펼친 작전으로 보기에는 어설픈 구석투성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21일 밝힌 내용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특사단 아흐마트(40) 보좌관은 16일 오전 9시21분께 롯데호텔 신관 19층 1961호 자신의 방에서 나왔다. 청와대에서 열리는 행사 참석차 일행과 객실을 나섰지만 방에 뭔가를 두고 나온 그는 약 6분 뒤인 9시27분에 다시 숙소로 갔다. 하지만 그 사이 방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 3명의 괴한과 마주쳤다. 남자 2명과 여자 1명. 모두 검정색의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당시 괴한들은 노트북을 만지고 있었고, 갑자기 돌아온 아흐마트 보좌관에 놀란 그들은 방에 있던 노트북 2대 중 1대를 가방에 넣은 뒤 객실 밖 복도로 사라졌다. 놀라기는 아흐마트 보좌관도 마찬가지. 제지할 생각도 못했고 그 틈을 타 괴한들은 유유히 사라졌다. 충돌은 없었다.

아흐마트 보좌관은 때마침 복도에 있던 호텔 종업원에게 항의를 했다. 이 직원은 19층 비상계단에 숨어 있던 괴한들을 찾아냈고, "노트북을 돌려주라"고 말했다. 괴한들은 아흐마트 보좌관에게 처음 발견된 지 2~3분이 지난 9시30분께 훔쳐간 노트북 가방을 돌려주고 다시 사라졌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관계자는 "없어진 물건은 없었다. 모르는 3명이 방에 있었고 컴퓨터에서 정보를 빼가려고 했던 것 같다"고 전했으며, 특사단 의전을 담당하며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게 된 인도네시아 주재 우리 국방무관(육군 대령)은 이날 밤 11시15분께 112로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발생에서부터 신고까지 무려 14시간가량이 걸린 셈이다. 국방부도 사건 발생 닷새만인 21일에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다시 의혹이 제기된다. 그 사이에 한국 측이 인도네시아 특사단에 '사건을 불문에 부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등, 작전 실패로 초유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것을 우려한 관계 당국이 사태 무마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무위에 그쳤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괴한들의 일련의 행각을 종합하면 '이들이 정말 국정원 직원들이 맞나' 할 정도로 엉성하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우선 작전에 3명이나 참가했지만 아흐마트 보좌관이 방으로 돌아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서울의 한 흥신소 관계자는 "그 경우 최소한 1명이 방 주인을 미행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며 "다른 사람한테는 들켜도 방 주인한테 들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괴한들의 모습이 CCTV에 찍힌 것도 그렇다. 경찰은 CCTV 영상이 "희미해서 윤곽만 보일 뿐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들이 방에 들어가고 나오는 모습,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 비상계단에서 나오는 모습 등은 경찰이 확보한 CCTV 자료에 고스란히 남았다.

특히 괴한들은 사건 후 비상계단에 숨어있다 아흐마트 보좌관의 항의를 받고 찾아나선 호텔 직원들에게 발견되기까지 했다. 국정원 직원이라면 호텔에 상주하는 이가 있을 정도로 내부 사정에 밝을 텐데 범행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옹색하게 숨어있다 들킨 것이다.

이 때문에 만약 이번 사건이 국정원이 인도네시아의 정보를 빼내려고 벌인 일이라면 대한민국 국정원의 형편없이 낮은 첩보활동 수준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뒤집어써야 할 형편이다.

정민승기자msj@hk.co.kr

김현수기자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