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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철학이 필요한 시간' 48가지 에피소드로 설명하는 철학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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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철학이 필요한 시간' 48가지 에피소드로 설명하는 철학이란…

입력
2011.02.18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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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시간/강신주 지음/사계절 발행ㆍ348쪽ㆍ1만7,800원

철학이 학문이나 교육의 범주에서 벗어나 일상 속으로 걸어 나오려고 시도한 예는 적지 않다. 일상으로 나온 철학이 이야깃거리나 읽을거리가 아니라 생각거리가 되고 반성적 사유의 길잡이가 되는 예도 표나게 많아졌다. 철학의 통속화 파편화를 넘어 아예 오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지만 어쨌건 철학은, 스타급 학자들의 이름이나 개념어들과 함께, 일상의 다양한 층위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 커다란 변화에 표나게 기여해 온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 강신주씨다.

그의 새 책 <철학이 필요한 시간> 은 '인문학 카운슬링'이라는 부제처럼 에세이에 가깝다. 해득의 부담 없이 경쾌하게 읽어 나갈 수 있는 책이라는 의미다. 그는 책을 크게 세 부문으로 나눠 썼다. 자신의 삶과 내면에 관련된 이야기(1부). 타자와의 관계 이야기(2부), 구조와 환경에 관련된 이야기(3부). 철학적 맥락에 깊숙이 얽혀 있는 48가지의 평범한 에피소드와 함께 철학의 핵심적 내용을 소개하는 글이 짤막짤막하게 담겨 있다.

가령 저자는 만원 전철 안에서 구두에 발을 밟히는 상황을 전제한 뒤 과연 발을 밟은 이가 자유의지로 밟은 것인지, 상황 탓에 불가피하게 저지른 실례였는지, 방심한 나머지 실수를 한 것인지 등을 자신이 겪은 이야기처럼 전한다. 그러다가 자유와 책임의 개념을 설명하고 자연스럽게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비판으로 이끈다. "이성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순수하고 실천적인 법칙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 적극적 의미에서의 자유다. 그러므로 도덕 법칙은 다름 아니라 순수 실천 이성, 다시 말해 자유의 자율을 표현한다."

인간만이 사유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지만 실제로 인간이 사유하는 때는 그리 길지 않다. 퇴근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고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가고 버튼을 누르는 동작 하나하나를 생각하고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다만 어떤 사태가 빚어졌을 때, 가령 퇴근 시간인데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을 때 사유가 시작된다. 저자의 말처럼 "생각은 오직 기대하지 않았던 사건과 조우할 때에만 발생하는 것이다." 인간이 언제 사유하는지 숙고했던 철학자 하이데거의 이야기가 뒤이어 나온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수많은 철학자의 저작들을 유리병 편지에 비유했다. 그는 "매번 편지를 받아 펼쳐 볼 때마다 고독과 외로움은 경감되었을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며, 그 위로와 성숙을 위한 자극을 나누고자 한다고 썼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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