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실패의 이면엔 감독의 실패, 정책의 실패가 있다. 부산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17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의 대출 중 PF 비중은 한때 80~90%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후 서울에 지점을 내고 끌어들인 대규모 수신 역시 대부분 PF에 투자됐다.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는'경영 방식은 차라리 도박에 가까웠지만, 이를 견제할 장치는 회사 안에도, 밖에도 없었다.
우선 지분을 가진 경영진이 감사까지 겸하는 지배구조가 문제였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영구조는 창업자 박상구 전 회장 일가와 다른 창업공신들이 공동 경영하는 체제. 창업공신 중 한 명으로 공동 지분을 갖고 있는 강성우씨는 등기이사와 상근감사를 번갈아 맡으며 경영에 참여해 왔는데, 현재는 감사를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을 감시ㆍ견제해야 할 감사자리를 사실상 경영진이 겸하고 있으니 이 회사의 지배구조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낡은 지배구조라면 당연히 감독당국이 제동을 걸어야 했지만, 당국은 그냥 묵인했다. 뿐만 아니라 PF 대출 비중이 위험수위에 달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뒤늦게 PF 비중을 낮추라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터.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서울 등 타 지역에 점포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해 준 감독당국의 저축은행 구조조정 방식도 부산 계열의 리스크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금감원은 대형 저축은행들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합병(M&A)하도록 유도하고, 대신 타 지역에도 점포를 낼 수 있도록 '당근'을 줬다. 이에 따라 부산저축은행도 부실 저축은행을 여러 곳 인수하고 부유고객이 많은 서울 강남에 지점을 낸 후 대규모 수신을 끌어들여 외형을 확대했다. 하지만 부실 덩어리 계열사에 증자와 유동성 지원 등을 계속하면서, 부실이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 같은 감독당국의 저축은행 부실화 방치는 비단 부산계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금감원 출신들이 저축은행 감사자리에 포진하고 있지만, 저축은행업계가 이 지경이 되도록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한 이는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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