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의혹은 거짓 제보였다”는 이라크 출신 정보원의 고백 이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결정했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정보국(DIA)을 비난하며 책임을 떠넘겼다.
파월 전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거짓 정보가 미 의회와 대통령의 새해 연설, (나의) 유엔 설명 자료에 포함되기 전에 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는지 CIA와 DIA에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발발 전 이미 ‘커브볼’이라고 불린 이 정보원을 믿을 수 없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도 이들 기관이 아무런 경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라크 WMD 관련 첩보는 미국 17개 정보기관이 펴낸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에 반영돼 파월 전 장관이 2003년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 침공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공식 자료로 활용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라크가 생화학무기 공장을 가동 중이라는 직접적 근거가 있다”며 첩보 제공자를 ‘무기 시설 감독을 맡았던’ 믿을만한 정보원으로 소개했다.
여태껏 암호명 커브볼로 알려졌던 라피드 알완 알 자나비(44)는 전날 가디언에 “2000년 이라크가 WMD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첩보를 독일 연방정보국(BND)에 제공했으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BND도 제보가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파월 전 장관이 유엔에서 이 정보를 거론해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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