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ㆍ대전저축은행의 6개월 영업정지 소식이 전해진 17일. 두 저축은행과 계열 저축은행에는 이른 아침부터 고객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 계열을 제외한 다른 저축은행들은 큰 동요 없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여서, 우려했던 대규모 뱅크런(예금인출)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기대도 나온다.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본점에는 아침부터 몰려든 수 백명의 예금자들로 북적댔다. 예금자 김모(60)씨는 "대학생 아들 등록금 마감일이 내일이어서 돈을 찾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발을 동동 굴렀고, 일부 예금자는"공고문만 내걸고 예금 지급계획을 설명해주는 직원이 하나도 없다"며 셔터문을 흔들기도 했다.
대전저축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날 오후 서울 논현동 서울센터지점은 예금보험공사 및 저축은행 직원들이 몰려드는 고객들 대응에 진땀을 흘렸다. 한 중년 여성은 "상황이 어떻다고 시원스럽게 얘기도 안 해주고 누가 책임을 지는 거냐"며 고함을 질렀고, 박모(38)씨는 "저축은행 여러 곳에 돈을 넣어 뒀는데 이제 다 인출해야 되는 게 아닌지 싶다"고 했다. 60대 할머니는 "토요일까지 새로 이사 갈 집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이러다 이사도 못 가게 생겼다"며 "저축은행들이 건설사에는 돈만 잘 빌려주면서 착하게 예금한 서민들만 궁지에 몰아 넣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 계열 나머지 3개 저축은행은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정이 더 심각했다. 부산2저축은행 해운대지점은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기번호표 1,400여장이 순식간에 동났다. 이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주변 도로가 큰 혼잡을 빚을 정도. 일부 고객은 직원들을 붙잡고 "예금을 돌려달라"고 고함을 질렀고, 한 직원이 책상 위에 올라가 확성기로 "현금이 충분하니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아수라장이 된 창구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중앙부산저축은행 서울본점과 전주저축은행 전주본점 역시 예금자들의 대기 순번이 수백 번을 넘었다.
하지만 일반 저축은행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이날 오후 서울 J저축은행 본점은 고객 4~5명이 창구에서 대출 및 상담을 받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권 전체로 볼 때 평소보다 예금인출액이 약간 늘긴 했지만 부산저축은행 계열을 제외하면 크게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일반 예금자들이 동요하지 않는 성숙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 4일 뒤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던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의 학습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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