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창전동 서강동주민센터 4, 5층에 세 들어 있는 서강도서관. 3년 전 마포구에서 동네 주민들을 위해 만든 구립도서관이다. 그런데 매월 첫째 주 월요일이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교수와 평론가들이 이곳에 강의를 하러 온다. 조국 서울대 교수, 문화평론가 진중권, 김용택 시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등이 이 도서관을 다녀간 강사들이다. 이들의 강의를 들으러 온 주민들만 지금까지 3,000명이 넘는다.
설립 때부터 도서관을 이끌어온 배창섭(47ㆍ사진 왼쪽) 관장은 17일 “주민들이 퇴근 후에 편하게 찾아와 인문사회학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고민하다가 ‘열린도서관학교 특강’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 8월 최민희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가 첫 강사로 나설 때만 해도 참석인원이 30여명에 불과했지만, 두 번째 홍세화씨 강연부터는 100여명으로 불어났다.
“두 번째 강연회가 끝나고 나서부터 주위에서 이런저런 우려가 나오더라고요. 초청 인사의 이력 때문이었는지 편향적인 이념이나 사상을 주입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죠.”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원 출신인 배 관장은 “사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광고회사 TBWA코리아의 전문임원인 박웅현씨나 영화평론가 이동진씨 등 분야를 막론하고 주민들에게 도움되겠다 싶은 강사들을 초청했다”고 말했다. 입 소문이 나면서 매회 신청이 일찍 마감되는 탓에 요즘은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청탁(?)까지 들어올 정도이다. “시작 시간을 늦춰달라” “월 2회로 늘려달라”는 주문도 쇄도하고 있다.
배 관장은 “많은 분들이 규모도 작고 강사료도 변변치 않은 동네도서관의 섭외능력이 상당하다며 비결을 묻곤 한다”며 “실은 신 팀장의 끈질기고 집요한 전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도서관 신수현(45ㆍ오른쪽) 문화콘텐츠 팀장은 “섭외에 짧게는 수 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걸렸다”며 “그러나 ‘도서관이기 때문에 간다’며 흔쾌히 응해주시는 분도 많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9,500여 권으로 시작한 보유 도서가 지금은 4만 여권에 이른다는 배 관장은 “책만 보는 곳이 아니라 주민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알짜배기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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