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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추도 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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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추도 메기

입력
2011.02.1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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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앞바다에 추도(楸島)가 있다. 통영시 산양읍에 속하는 섬이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추도 가는 여객선이 다닌다. 추도에서 유명한 것은 후박나무다. 수령 500년쯤 되는 노거수로 천연기념물 345호로 지정되어있다. 그 장엄한 후박나무 못지않게 유명한 추도의 특산품은 바다 메기다. 흔히 물메기라 부르는 생선이다. 메기 매운탕은 한겨울을 대표하는 생선국이다. 시원한 맛을 따라올 생선이 없다. 통영 일대에서는 메기 하면 ‘추도 메기’다. 추도에서는 메기를 잡아 말려서 건어물 시장에 비싼 값으로 내놓는다. 메기는 추울 때 많이 잡히는 생선인데 추도 앞바다가 주산지다. 추도 주민들은 메기를 잡아 빨래처럼 말리는데 제철에 찾아가면 섬 전체가 메기에 덮여있는 진풍경을 만난다. 한려수도의 맑은 바닷바람으로 건조한 추도 메기는 매운 양념을 해서 쪄먹기도 하고, 토막을 내 콩나물을 넣어 국을 끓여 먹기도 하고, 불에 살짝 구워서 먹기도 하고, 말린 채로 찢어서 간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마른 메기는 메기국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 좋다. 옛 통영의 양반들은 말린 추도 메기를 장독에 넣어 놓고 봄이 올 때까지 먹었다고 한다. 추위가 끝나가자 입안이 깔깔해진다. 건어물 가게에서 추도 메기 몇 마리를 사서 얼큰한 찜을 해먹고 싶다. 말린 것을 쭉쭉 찢어 바다의 맛을 꼭꼭 씹어 먹고 싶어지는 날이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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