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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부러지는 오너의 주문

입력
2011.02.1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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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출력을 내면서도 부피는 지금보다 더 작은 전기차 배터리', '엔저 시대에도 일본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태양전지', '생산장비 국산화율이 높은 태블릿PC용 LCD'.

구본무 LG 회장의 주문은 간단명료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공장, 태양전지, 태블릿PC용 LCD 등 LG의 미래 성장사업 현장 세 곳을 잇따라 방문한 뒤 내린 지시사항이다. 이젠 백마디 말보다 구체적 실천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먼저 15일 충북 청원에 자리한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방문, "고출력을 내면서도 부피는 지금보다 더 작은 배터리 개발에 매진해 달라"며 "그래야 전기차 제조 회사들이 최종 사용 고객을 위해 디자인이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배터리의 경우 지금 앞서 있다고 자만하지 말고, 연구개발(R&D)에 과감히 투자해 사업을 계속 선도해 나가야 한다"며 "결국 미래 성장사업의 성패는 R&D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특히 "우수한 R&D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일에 최고 경영진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 곳은 연간 850만셀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 공장. 이미 GM과 포드, 현대ㆍ기아차 등 10여개 업체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구 회장은 1공장 바로 옆에 증설 중인 2공장 건설현장에선 "무엇보다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도 지시했다. LG화학은 2013년까지 1조원을 추가 투자,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연간 6,000만셀까지 늘릴 예정이다.

그는 이어 17일엔 경북 구미의 LG전자 태양전지 공장으로 갔다. 구 회장은 태양전지 셀 및 모듈 생산라인 등을 꼼꼼히 살핀 뒤 "엔저 시대에 대비, 일본 태양전지 업체들과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곳은 양산 4개월 만에 태양전지 모듈의 제조수율이 98%를 상회, 태양광 최대 시장인 유럽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생산 설비. 올해 생산분은 공급 계약이 사실상 완료된 상태다. 그러나 그는 원가와 불량률을 더 낮출 것을 지시했다.

구 회장은 이날 바로 옆에 자리잡은 LG디스플레이의 태블릿PC용 LCD모듈 공장도 찾았다. 최근 태블릿PC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지난달 본격 생산이 시작된 곳이다. 그는 이곳에선 "LCD는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생산장비 국산화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LG디스플레이는 연말까지 월 500만대 규모로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경영자들이 현안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더 이상 새로움이 없는 기업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라며 "5년, 10년 후를 내다보고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구 회장이 그룹의 미래 성장사업 현장을 직접 점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현장 방문에는 강유식 ㈜LG 부회장과 조준호 ㈜LG 사장이 함께 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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