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사상 유례없는 스마트 기기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를 증명하듯 14~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는 올해 출시 예정인 각종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이 첨단 기능과 디자인을 뽐냈다. MWC에서 만난 주요 기기들을 비교해 봤다.
태블릿PC,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이 발군
전문가들은 올해 4세대 이동통신과 함께 태블릿PC를 화두로 꼽았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올해 태블릿은 10인치 이상 화면에 가볍고 얇은 기기가 부상할 것"이라며 "애플이 내놓을 아이패드2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MWC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태블릿PC는 단연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10.1'이다. 숱한 태블릿PC 신제품 속에서도 언론과 관람객의 눈길을 끈 이유는 경이적인 무게 때문이다. 그동안 태블릿PC 시장을 이끈 애플 아이패드의 최대 단점은 무게다. 아이패드는 코닝의 고릴라 강화유리와 알루미늄 케이스 때문에 5분 이상 들고 있으면 실제 무게(680g)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서 갤럭시탭 10.1 또한 무게에 대한 우려가 앞섰다. 그러나 막상 들어보니 마치 스마트폰처럼 가벼웠다. 실제 무게도 571g으로 아이패드보다 가볍지만 체감 중량은 이보다 더 가볍다. 아이패드처럼 코닝의 고릴라 강화유리를 썼는데도 무게를 줄일 수 있었던 비결은 플라스틱 케이스였다. 견고성은 금속보다 줄어들지만 얇고 가볍게 만들어 장시간 들고 있어도 팔이 아프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했다" 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최고 제품상을 받은 모토로라의 태블릿PC 줌은 실제로 보니 기대에 못미쳤다. 당시 줌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허니콤을 탑재한 최초의 태블릿PC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MWC에 출품된 태블릿PC 대부분이 허니콤을 탑재하면서 줌의 장점이 희석됐다.
남은 것은 디자인이다. 줌도 571g으로 무게는 아이패드보다 가볍지만 뒷면 가운데 부분이 볼록하게 솟은 형태여서 손에 쥐기 힘들다. 또 케이스 뒷면에 화면 표시를 꺼버리는 잠금 버튼이 있어서 잘못 건드리면 화면이 사라져 불편하다.
LG전자는 8.9인치라는 독특한 크기의 태블릿PC '옵티머스 패드'를 내놓았다. 후발 주자의 약점을 만회하고자 일부러 독특한 크기를 선택한 것.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는 무게다. 630g으로 10인치인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10.1이나 모토로라의 줌보다 무겁다. 실제로 들어보면 무겁다는 느낌이 확연할 정도로 묵직하다. LG전자 관계자도 "2개의 카메라 렌즈 등 여러 이유로 무겁게 느낄 수 있다"며 무거운 점을 인정했다.
옵티머스 패드의 특징은 입체 영상(3D) 지원이다. 제품 뒷면에 좌, 우 눈에 해당하는 2개의 카메라 렌즈가 달려 있어 3D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안경이 없으면 3D로 볼 수 없다. 향후 LG전자는 스마트폰 옵티머스3D에 채택한, 안경 없이 3D를 볼 수 있는 액정화면(LCD) 배리어를 옵티머스 패드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소니에릭슨을 주목하라
올해 소니에릭슨은 단단히 준비를 했다. 가전업체 소니, 게임업체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등 모든 계열사를 총동원해 이들이 갖고 있는 비장의 기술을 스마트폰에 쏟아 부었다. 엑스페리아 아크, 네오, 듀오 등 3가지 스마트폰은 어둠 속에서 빛이 없어도 사진 촬영이 가능한 엑스모라는 기술이 들어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깜깜한 상자 속에서 사진을 찍어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축구공 등이 촬영됐다. 악용이 우려될 만큼 경이적이다.
또 3가지 스마트폰에는 소니 TV의 화질보정 기술인 브라비아엔진이 적용됐다. 저절로 잡티를 제거하고 명암대비와 색상을 강화해 스마트폰 화면을 TV처럼 바꿔준다.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플레이'는 SCE의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을 접목한 제품으로 전시회 출품 제품 가운데 독창성이 가장 빛났다.
화면을 밀면 아래에 숨어 있던 게임을 위한 십자키와 조종 버튼이 나타난다. 폰에 내장된 액션게임 '브루스 리'와 축구게임 '피파 10'을 해봤는데, 어떻게 시간이 흘러간 줄 모를 정도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특히 조종 버튼은 의외로 조작이 편리해 게임 진행에 전혀 무리가 없다. 이 제품은 다음달에 미국에서 우선 출시한 뒤 국내에도 나올 예정이다.
애플은 어떻게 될까
올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분야에서 워낙 뛰어난 신제품들이 많아 애플의 고전을 예상한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폰5, 아이패드2 등이 올해 나올 예정이어서 여전히 애플이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세계에서 OS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애플과 MS, 구글 정도"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OS를 이용한 콘텐츠 수급 등 생태계 조성이 관건인데 그런 점에서 앞서나간 애플은 여전히 강자"라고 평가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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