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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꿈꾸다 나락으로 떨어진 삶, 다시 부르는 희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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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꿈꾸다 나락으로 떨어진 삶, 다시 부르는 희망가

입력
2011.02.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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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해(63)씨는 치아가 8개 밖에 없다. 아랫니가 가운데 쪽에 4개, 윗니는 양쪽 송곳니 부분에 2개씩 남아있다. 거멓게 변색된 이는 손가락을 대자마자 앞뒤로 흔들렸다. 치과 치료는커녕 난방비조차 없어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2평 남짓한 월셋방에서 전기장판의 온기에 기대고 있다. 신학대를 나와 목사를 꿈꿨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92년 6월 화재가 고난의 시작이었다. 78년 칼빈대를 졸업한 이씨는 80년 부인 김모(2001년 사망)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두 아이가 조산으로 죽고 이후 낳은 세 딸도 미숙아로 태어나는 등 마음고생이 심했던 부인 김씨는 정신분열증세를 보였고, 급기야 집에 불을 질렀다. 봉천동의 이씨 소유 2층짜리 다가구주택의 2층 내부가 모두 탔다.

며칠 후 통장과 한 건축업자가 찾아와 재건축을 권유했다. 이씨는 대출을 받아 1층 세입자들에게 전세금을 내줬고, 새 건물이 완공되면 다시 전세를 놓아 그 돈으로 공사대금을 치르기로 하고 집을 지었다.

그러나 일정한 수입이 없던 터라 대출이자와 부인의 병원비로 돈이 금세 바닥났다. 결혼 후 신학공부를 하며 출판사 등에서 일한 적도 있지만 부인 병간호를 하면서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지어진 새 건물의 전세금 7,500만원은 이미 건축업자가 받아간 상태였다. “애들이랑 밥을 일주일에 이틀밖에 못 먹었다”고 했다.

돈을 변통하려고 원래 살던 2층을 세 주고 지하 방으로 내려갔다. 부실공사로 물이 새 발목까지 물이 찼다. 건축신고서 등이 허위로 작성됐다며 건축업자를 고소하고 이들과 멱살잡이를 하던 이씨는 심신이 무너져 몸 져 누웠고, 눅눅한 방에서 살은 썩어 들어갔다. 이씨는 “방에 계속 물이 차니까 딸들이 나무의자 6개를 구해와서 그 위에 스티로폼을 두 장 깔고 나를 눕혔다”고 했다.

97년 기독교방송에 이씨의 사연이 소개돼 전세계에서 900만원의 성금이 모여 다행히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집은 세입자들의 전세금을 대신 변제해 준 사회복지법인 ‘섬김의 집’ 소유가 됐다.

이 난리를 겪으며 큰 딸(29)은 고교 졸업 후 가출했고, 학교를 다니지 못한 막내 딸(26)은 검정고시로 상고에 갔지만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지금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둘째 딸(28)이 버는 월급 82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법정 싸움도 2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다. 설계자와 감리자의 도장도 없는 허위 증축신고서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며 구청 공무원과 구청장, 건축업자 등을 고소해 온 것. 지금까지 제기한 50여건의 고소 고발은 모두 무혐의 처리되거나 각하됐다.

하지만 이씨는 “반드시 재수사를 이끌어 내 건축법 위반을 밝혀내고 내가 받은 피해도 보상받겠다”고 했다. 그는 늦었지만 목사가 되고 싶다고, 딸 둘을 꼭 대학에 보내고 싶다고 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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