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발원 조사… 거주 기간 길수록 수업 이해 못해
탈북 청소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과목이 수학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한 거주기간이 오래된 탈북 청소년일수록 수학수업을 따라가지 못했다.
16일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초ㆍ중ㆍ고교에 재학 중인 탈북 청소년 74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학교에서 다음 과목의 수업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나"는 질문에 '대부분 이해한다'는 응답이 수학 24.2%, 영어 21%, 국어 39.1%였다.
특히 수학은 남한에 입국해 거주한 기간이 길면 길수록 '수업을 이해한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이 감소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을 '거의 다 이해한다(80%이상)'고 답한 학생 비율은 거주기간이 1년 이내인 경우 31.4%였지만, 6년 이상인 집단에서는 15.2%로 줄었다. 적응 능력이 커지는 시기지만 유독 수학수업은 따라가지 못하고 뒤쳐지는 것이다. 국어와 영어 수업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수업을 거의 이해한다는 학생 비율이 다소 늘었다.
전문가들은 긴 학습공백과 수업 적응 부족이 수학 과목에서의 어려움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초기 일부 용어상의 차이만 극복하고 나면 남북한 교과서의 동질성이 높은 과목이 수학"이라며 "남한 용어 등에 적응한 이후에도 수학 학습 자체에 어려움이 누적되는 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향규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 교육지원특임센터 연구위원은 "수학은 학습 공백이 커지거나 선행학습 내용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점차 따라가기 어려운 대표적인 과목"이라며 "제 3국 체류기간의 교육 공백 등이 시간이 지나도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영 셋넷학교 교장은 "학교생활에 의욕이 큰 친구들도 기초 없이 수업을 따라가다 지치면 1, 2년 내에 대입을 위해 점차 다른 과목을 포기하고 잘할 수 있는 중국어 등에 집중해 대입 면접 준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학교에서 심한 학습 부진을 겪는 학생들을 따로 지도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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