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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 안고 계명대 공대 수석 졸업한 고강민씨/ "오히려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어 행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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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 안고 계명대 공대 수석 졸업한 고강민씨/ "오히려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어 행복했죠"

입력
2011.02.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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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스무 살을 넘기기 힘들 줄 알았다. 병원 의사들이 그렇게 얘기했었다. 지금까지 살아있었던 게 기적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주인공은 지난 15일 계명대 학위수여식에서 공과대를 수석 졸업한 고강민(23ㆍ컴퓨터공학과)씨. 고씨는 근이양증을 앓고 있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근이양증은 골격근이 변성되고 위축돼 심하면 온 몸을 가눌 수 없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보통 20세를 넘기기 어려운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다. 간혹 40대를 넘기기도 하지만 극히 예외적이다.

고씨가 근이양증 판정을 받은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이다. 갑자기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고, 학교에서 쓰러지는 일이 잦아지면서 대학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았던 것. 그때부터 그는 휠체어신세를 져야 했다. 증상이 악화되면서 몸조차 가누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고난 밝은 성격 덕분일까. "남들은 불편한 제 모습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전 어릴 때부터 단 한번도 낙심하거나 슬퍼한 적이 없어요. 오히려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고 감사했지요." 그래서 고씨는 중고교 내내 전교에서 다섯 손가락을 벗어난 적이 없다. 공부가 재미있었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자신의 처지가 오히려 행복하기도 했다.

다리가 완전히 마비된 중학교 시절 그를 더 행복하게 했던 것은 컴퓨터였다.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게 중학 1학년 때이다.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은 대학교 들어와서 땄지만 이건 실력 때문이 아니라 학력 제한 때문이었다. 그래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게 됐고, 대학에 들어와서도 4년 내내 전면장학금을 받았다. 4년간 평균 학점이 4.5점 만점에 4.444점이었다.

그런데 그가 진짜 행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딴 데 있었던 것 같다. 4년 내내 고씨의 휠체어를 끌어주며 같이 수업을 들었던 곽준영(25)씨는 "물론 공부벌레죠. 공부에 욕심도 무지 많아요. 근데 강민이 얼굴을 한번 보세요. 누굴 탓하지 않아요. 늘 웃죠. 그래서 우리들이 참 많이 배웠어요"라고 말했다.

고씨를 치료하고 있는 병원 관계자는 "지금은 다리만 마비됐지만, 앞으로 손과 발을 쓰기가 점점 불편해질 겁니다. 입도 움직이기가 힘들 거고요. 그러다 결국엔 몸 안쪽까지 마비가 올 수 있겠죠." 그래도 고씨는 이번에 대학원에 진학한다. "보다 체계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고 그는 말했다. 그의 꿈은 그냥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아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내 꿈"이라고 말했다.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잃는다. 어려움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Easy come, Easy go).' 고씨의 휴대전화 초기화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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