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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삼성서울병원 <6> 수혈 없이 간 이식하는‘장기이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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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삼성서울병원 <6> 수혈 없이 간 이식하는‘장기이식센터’

입력
2011.02.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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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변증 때문에 정기검진을 받던 신혜림(58ㆍ여)씨는 간 오른쪽에 길이 3.6㎝ 정도의 암 덩어리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주치의는 “간경변이 많이 진행돼 절제수술은 어렵고, 종양 크기가 3㎝가 넘어 간이식수술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했다. 다행히 아들이 간이식에 기꺼이 동의해 주었다. 혈액형이 달라 안 될 줄 알았는데 요즘은 혈액형과 관계없이 간이식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검사를 거쳐 아들의 간이 이식에 적합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 부분 간이식을 받은 신씨는 지금 4개월째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조재원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에게 간이식에 관해 들어본다.

-간이식은 주로 어떤 경우에 하나.

“간경변이 심할 때 한다. 간경변은 간이 계속 손상돼 섬유화한 상태를 말한다. 간에 크고 작은 결절이 생겨 만지면 딱딱하다. BㆍC형 간염과 알코올성 간염 등이 간경변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간은 재생력이 아주 뛰어나 손상돼도 계속 재생된다. 술을 많이 마시는데도 간 기능이 대부분 정상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간의 ‘끈질긴’ 노력도 한계가 있다. 간이 재생 불능상태가 되면 간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간이식을 고려할 정도로 간 기능이 나빠지면 결막과 피부가 노래지고(황달), 복수(腹水)가 차서 배가 부풀어 오른다. 심하면 숨쉬기도 힘들고 식도정맥류에 출혈이 생겨 피를 토하거나, 새까만 혈변을 보기도 한다. 그렇게 상태가 계속 악화하면 의식을 잃고 간성 혼수상태에 빠진다. 이럴 때가 바로 간이식이 필요한 시기다.”

-간이식은 언제 하는 것이 좋은가.

“현 의학 수준으로는 간경변을 완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간경변은 빠르든 느리든 계속 악화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간이식을 해야 한다면 가급적 빨리 하는 게 좋다. 간경변이 심해지면 콩팥과 허파 등 다른 장기의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똑같이 간경변 말기에 간이식을 받더라도 혼수상태로 누워 있는 환자와, 정기적으로 병원을 오가며 진료 받는 환자의 수술 후 경과는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몸이 많이 망가진 환자는 회복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치료하는 동안 또 다른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간이식은 비교적 상태가 좋을 때 하는 게 좋다.”

-간암이어도 간이식을 할 수 있나.

“예전에는 간암은 간이식을 하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시행한다. 간 기능이 비교적 좋으면 우선 절제수술이나 고주파 열치료를 하지만, 간 기능이 많이 나빠져 치료가 여의치 않으면 간이식을 하는 게 원칙이다. 간이식을 할 때 환자의 간은 조금도 남기지 않고 모두 들어낸다. 암이 발생한 부위뿐만 아니라 멀쩡한 부위도 잘라내 나중에 암이 생길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효과만 놓고 보면 간이식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그렇지만 간이식 수술을 하려면 기증자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수술이 위험한데다가 수술비도 만만치 않다. 또한 암이 재발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

-간이식을 하고 나서도 약을 계속 먹어야 하나.

“우리 몸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이 들어오면 이를 적으로 알고 공격해 파괴하려고 한다(면역반응). 따라서 다른 사람의 장기를 몸에 이식하면 우리 몸은 그 장기를 공격해 파괴하는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거부반응을 막으려면 정상적인 면역기능을 떨어뜨리는 면역억제제를 투여해야 한다. 요즘 나오는 면역억제제는 거부반응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장기이식을 성공으로 이끄는 일등공신이다. 다만 면역억제제를 끊으면 거부반응이 바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계속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간을 기증할 때 혈액형이 달라도 괜찮나.

“많은 사람이 간이식을 하려면 환자와 혈액형이 반드시 같아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일정한 조건에 맞으면 혈액형이 달라도 간 일부를 기증할 수 있다. 우선 간 기능이 정상이어야 하고, BㆍC형 간염이 없어야 한다. 특히 간의 오른쪽 부분(우엽)을 기증한 뒤 남는 왼쪽 부분(좌엽)의 크기가 중요하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서 좌엽 크기가 전체 간 크기의 30~35%는 넘어야 한다. 좌엽이 이보다 작으면 기증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증하고 남은 간 부위는 다시 자라나.

“앞에서 말했듯이 간은 우리 몸에서 재생력이 가장 뛰어나다. 건강한 간은 70%를 잘라내도 거의 수술 전의 크기까지 커지고 기능도 정상으로 회복한다. 하지만 잘라낸 간 부위가 다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잘라낸 우엽이나 좌엽이 다시 돋아나는 게 아니라 남은 간이 커지는 것이다. 간은 잘라낸 뒤 계속 커져서 수술한 뒤 1년 정도까지 계속 자란다. 특히 수술 후 처음 3개월 동안에 70~80% 정도가 커지므로, 이 기간 동안 잘 관리해야 한다. 간 기증 수술을 한 뒤 첫 3개월 동안은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고 휴식을 충분히 취하는 등 몸을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음주나 격렬한 운동은 금물이다.”

-수혈하지 않아도 간이식수술을 할 수 있나.

“간에는 혈관이 많기 때문에 수술할 때 출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간은 주위의 조직과 붙어 있어서 이 부분을 떼내야 간을 적출할 수 있다. 그런데 간경변이 심할수록 주위 조직과 유착이 심하고 그 부위에 새 혈관이 생기기 때문에 출혈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간경변이 심하면 수혈 없이 수술하기는 어렵다. 반면에 간경변이 비교적 심하지 않은 초기에 간 이식 수술을 하면 수혈 없이도 수술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 ‘무수혈 간이식 수술’이라고 해도 수혈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은 자가 수혈을 한다. ‘셀 세이버(Cell Savor)’라는 기계로 복강 내에 고인 환자의 혈액을 흡입ㆍ수집해 수액으로 씻은 뒤 필터를 통과시켜 피를 깨끗하게 한 다음, 수혈하는 것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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