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달 21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구시 당정협의회에서 "섬유산업이 대구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대구에 있는 섬유업체 '성안'의 주가가 껑충 뛰었다. 이후에도 이 회사의 주가는 계속 올라 16일 종가 기준으로 최고가(840원)를 경신, 연초 대비 무려 140.68%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2. 대통령선거 직전인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이자 당선이 유력했던 이명박 후보가 대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자 건설주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름도 생소한 이화공영은 '이명박 테마주'로 부상했는데, 그 해 12월 7일 6만7,300원으로 사상 최고점을 찍으면서 연초 대비 무려 3,104.76%라는 경이적 상승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지금 주가는 4,240원(16일 종가)까지 떨어져 있다.
여의도가 벌써부터 대선바람을 타고 있다. 여의도 서쪽(정가) 뿐 아니라, 여의도 동쪽(증권가)에도 그 기류는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이른바 정치인 테마주의 등장.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증권가에도 '박근혜 테마주' '손학규 테마주' '정몽준 테마주' 등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표의 경우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관련 주가가 들썩거리는 전형적인 '대선전 증후군'마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은 "정치인 테마주는 실체가 없는 허상일 뿐"이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2007년 신드롬
정치인 테마주의 등장은 지난 2007년 17대 대선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가장 유력한 주자였던 이명박 후보가 기업인 출신이었던 점 때문에 시장 기대감 자체도 높았지만, 무엇보다 대표 공약인 대운하 건설이 성사될 경우 토목ㆍ건설업체들이 막대한 일감을 수주할 것이란 희망 속에 이른바 'MB테마주' '대운하테마주'가 형성됐던 것이다.
넓은 의미의 MB테마주로는 건설주 전체가 포함됐지만, 그 중에서도 운하관련 기술을 가진 몇몇 토목회사들이 특별히 주목받았다. 가장 대표적인 이화공영(3104.76%)을 비롯해, 바이오기업 리젠(1624.53%), 특수건설(1,482.8%), 홈센타(1,180.82%), 동신건설(881.45%) 등은 2007년 최고 3,000%가 넘는 비정상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생소한 중소형주들이었지만, 시장의 투기적 기대심리는 이들 주가를 거침없이 끌어 올렸다.
정동영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도 공약으로 '대륙철도'를 제시하자, 관련 주식이 테마를 형성하며 잠시 부상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마땅한 재료가 없는 상태에서 당시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관련된 업체는 모조리 테마주가 됐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이들 테마주는 초라한 성적표만 쥐고 있을 뿐이다. 리젠은 아예 코스닥에서 사라졌고, 이화공영 특수건설 동신건설 등도 2007년 최고점에 비하면 90% 가깝게 추락했다.
2011년의 반복
작년 12월 20일 박 전 대표가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복지정책을 화두로 던진 이후 보령메디앙스 아가방컴퍼니(이상 유아용품), 솔고바이오(의료기기) 등 저출산-고령화와 관련된 기업들이 '박근혜 테마주'로 떠오르며 무서운 기세로 급등하고 있다. 보령메디앙스는 그날 이후 16일까지 무려 269.70%나 상승한 상태.
주가급등이 심상치 않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최근 이 회사에 조회공시를 요구했지만 "특이사항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박 전 대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들이지만, '차기대통령으로 유력한 박 전 대표가 복지를 강조했으니 그와 관련된 제약 아동 등 관련회사들이 혜택을 입을 것'이란, 그야말로 막연한 기대감이 주가를 한없이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시장에선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 등의 이름을 붙인 테마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2007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정치인 테마주는 그 자체가 실체 없는 거품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 정근해 스몰캡팀장은 "시장에 주도 업종이 없거나 실적 모멘텀이 없다 보니 그 공백을 정치인 테마주가 메우고 있지만 이런 대선 테마주는 '루머'에 의해 만들어진 테마보다도 훨씬 더 불안정하다"고 경고했다. 대신정권 봉원길 스몰캡팀장 역시 "지난 대선 당시 열풍이 허상으로 드러난 것을 거울 삼아 현재 테마주에 무작정 투자하지 말고 실적과 가치를 객관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