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은 희망과 열정, 활력, 생명, 사랑, 죽음 등 여러 이미지를 띤다. 사람의 감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이 제품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컬러 마케팅에 나서는 이유다. 미국 컬러리서치연구소에 따르면 소비자의 상품 선택은 90초 안에 결정되고, 이 중 60~90%가 색깔에 좌우된다. 소비자들의 오감을 자극해 구매 욕구를 끌어내는 관건이 색깔이라는 말이다. 색깔 마케팅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식당 인테리어를 주황색 계열로 하면 입맛을 돋우고, 비만클리닉에 보라색 조명을 사용하면 입맛을 떨어뜨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식이다.
■ 파란색은 긍정과 희망을 나타낸다. 747 점보 여객기를 생산해 온 미국 보잉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공개한 첨단 여객기 '747-8 인터콘티넨털'의 외장이 밝은 오렌지색으로 바뀌었다. 보잉이 유럽 에어버스의 A380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747-8에 '보잉 블루' 대신 '보잉 오렌지'를 택한 이유는 뭘까. 붉은 계열의 색깔이 중국 인도 등 아시아에서 부와 행운을 뜻하기 때문이다. 항공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중국ㆍ인도인들이 선호하는 붉은 색 계통인 오렌지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 올해 패션업계에도 오렌지 바람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프라다와 베르사체가 2011년 봄 컬렉션과 패션화보집에 화려한 오렌지색 원피스를 선보이는 등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이 붉은 빛을 띤 오렌지, 흰 색이 섞인 오렌지 등 다양한 오렌지색 의류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패션계에 부는 오렌지색 열풍을 '오렌지 열병(Orange Crush)'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연예계 스타들의 옷차림은 물론, 시계 핸드백 선글라스 등 패션 액세서리와 문구류 화장품 등에도 오렌지색이 대유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 오렌지색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즐거워진다. 번영과 밝은 미래, 충만한 에너지와 활력이 느껴진다. 오렌지색은 유니폼 때문에 축구대표팀이 '오렌지 군단'으로 불리는 네덜란드에서 충성을, 인도에서는 용기와 성스러움을 상징한다. 전문가들은 불황에 지친 소비자들이 따뜻한 느낌의 노란색에서 위안을 얻듯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밝고 싱그러운 오렌지색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색깔이 경기 심리를 반영하지 않아도 좋다.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 100년 만의 폭설과 혹한, 물가고와 전세난 등 근심걱정을 훌훌 떨쳐 버리고 거리마다 오렌지색 넘실대는 봄을 빨리 맞고 싶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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