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처럼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사나이'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화끈한 득점포로 원정팬들의 야유를 침묵으로 바꿔놓았다. 스페인을 떠났지만 여전히 상대팀에는 '공포의 대상'인 라울 곤살레스(34ㆍ샬케04)의 이야기다.
독일 샬케04의 유니폼을 입은 라울이 7개월 만에 스페인 무대에 서자 언론들은 큰 관심을 나타냈다. 유럽클럽 대항전(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슈퍼컵, 위너스컵 등)에서만큼은 '넘버 1' 골잡이인 라울은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에도 여유로운 표정을 띤 채 훈련에 전념했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에 발렌시아를 상대로 리그 24경기 12골을 기록한 데다 99~200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맞대결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했던 좋은 기억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라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리고 결전의 날이 되자 그는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득점포로 반지에 입맞춤 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반지의 제왕' 라울은 16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발렌시아와 경기에서 후반 19분 동점골을 터트리며 팀의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샬케04로 이적한 뒤 챔피언스리그에서 2골을 넣었던 그는 이날 71호골을 기록하며 유럽클럽 대항전 역대 최다골을 경신했다. 종전까지는 라울과 필리포 인차기(AC밀란)가 70골로 공동 선두를 지켰다. 특히 라울은 유럽클럽 대항전 중에서도 최상위 레벨인 챔피언스리그에서 무려 69골을 기록했다.
샬케04는 전반 17분 솔다도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갔다. 그러나 후반 19분 라울이 호세 마누엘 후라도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슛으로 동점골을 뽑아 균형을 되찾았다. 샬케04는 후반 막판 미드필더 루카스 슈미츠가 퇴장을 당해 위기를 맞았지만 경기를 1-1로 무사히 마쳤다.
라울은 94~2010년 레알 마드리드에서 주축 골잡이로 활약하면서 '살아있는 전설'로 군림했다. 그는 3차례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기여하며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림 벤제마 등이 영입되면서 점차 설 자리를 잃은 그는 17년간 몸담았던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샬케에 둥지를 틀었다.
이적 후에도 그의 득점포는 식지 않았다. 그는 현재 분데스리가 22경기에서 10골을 넣고 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맹활약하며 팀을 16강에 올려 놓았다. 특히 샬케가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하면 라울이 '친정'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을 수도 있어 흥미를 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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