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증시 투자자금이야 수시로 들락날락한다지만, 채권 투자자금은 대거 유출 시에 금융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 특히 통화당국의 의도보다 시장 금리가 더 민감하게 움직이면서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 며칠만 놓고 보자면 채권시장보다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두드러지는 것이 사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채권시장을 더 예의주시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채권투자자금의 경우 만기에 일시에 유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수익성 등에 따라 수시로 움직이는 주식투자자금에 비해 더 위험하다"며 "자본유출입이 활발한 국가일수록 금융시스템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빼내간 자금은 15일 현재 8,623억원. 외국인 보유 채권잔액이 73조원을 넘는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작년 12월 5조3,017억원 큰 폭의 이탈 이후에 1월(-4,417억원)에 이어 2월에도 매도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올해 만기 도래하는 외국인 채권 규모가 전체의 37%(27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할 때 대규모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에 외국인들이 워낙 많은 돈을 들고 온 만큼 만에 하나 반작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한국 채권을 대거 팔고 나가는 경우 환율와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의 충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작년에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해 과세를 부활하는 조치를 내놓은 것도 이 때문. 외국인들이 만기 도래하는 단기채권을 대거 팔고 한국 땅을 떠나게 될 경우 환율 급등 등의 충격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작년에는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통화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올해는 정반대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채권자금 이탈이 가속화하면 채권값이 떨어져 시장금리가 올라가면서 통화당국의 의도보다 시장이 과열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이렇게 되면 실물경제 침체 등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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