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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뛰어드는 100% 리얼 일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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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뛰어드는 100% 리얼 일반인

입력
2011.02.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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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혼 직전에 있는 위기의 부부 네 쌍의 이야기를 담은 케이블채널 SBS E!TV ‘미워도 다시 한번’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절정을 보여준다. 아내가 열 여덟 살 연상인 부부와 욕으로만 대화하는 리틀맘 부부, 백수 남편과 기센 아내, 가부장적 남편과 철없는 아내 등 왜 이혼하지 않는지가 더 궁금한 그야말로 갈 데까지 간 부부들이 출연한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욕설과 불평불만 아니면 침묵이 이어진다. 화해 미션으로 던져진 머리 감겨주기를 하다가 얼굴에 물을 끼얹고 나가버리는 건 약과다. 싸우다 머리를 다쳐 병원에 실려가고 갑자기 이혼하겠다며 법원으로 향하기도 한다. 모두가 쉬쉬 하는 민감한 소재를 10부에 걸쳐 다루는 이 프로그램은 11일 시청률 2.6%를 기록, 동시간대 케이블 1위를 달리고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일반인들의 TV 출연이 일상화됐다. 일상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다큐멘터리에서 한 발 더 나가 요즘 시청자들은 ‘미워도…’처럼 배우자로부터 받는 무시와 비아냥 등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프로그램에까지 당당히 얼굴을 내민다. 얼굴 모자이크나 음성 변조도 없다. ‘이런 것까지 보여줘도 되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화면에 그대로 옮겨진다. 그러나 ‘미워도…’의 김경남 PD는 “출연자의 부모나 친척들이 고소하겠다고 나선 적은 있지만 정작 출연자들은 거리낌이 없다”고 했다.

김 PD는 “민감한 사생활이 노출되기 때문에 출연자 섭외에 애를 먹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열 일곱 살에 출산한 리틀맘 부부는 리틀맘 카페에 출연 신청을 공지해 얻은 경우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추천을 받거나 각종 동호회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뒤지기도 하지만 직접 신청을 하는 사람들도 꽤 된다는 것. 실제 ‘미워도…’의 네 커플은 모두 섭외가 아니라 본인들이 신청한 경우다.

방송 관계자들은 억지로 일반인들을 동원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일반인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서 리모컨만 들고 있던 시청자들이 ‘나도 한번 나가볼까’하는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별난 취미나 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하는 케이블채널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는 섭외 고충이 크다. 그러나 100회(22일)를 앞둔 이 프로그램에는 만화 캐릭터를 애인으로 생각하는 ‘십덕후’, 과도한 일본식 화장을 하는 ‘갸루족’ 등 175명의 ‘화성인’이 출연해 별스런 사생활을 털어놓았다.

‘화성인…’의 이근찬 PD는 “김현중 머리 스타일 고수하며 미용실이 아니면 머리도 감지 않는 대학생 경우처럼 이해받지 못하는 자신의 입장을 속 시원히 말하기 위해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또 “갸루족들은 특히 방송이 나간 후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져 좋아했다”며 대부분이 출연하길 잘했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일반인 출연자들의 TV 출연이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상금을 노리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생각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미워도…’는 스킨십을 유도하는 어려운 댄스 과제에 2,000만원이란 큰 상금을 걸어 그동안 소원했던 부부의 관계 회복을 돕는다는 취지지만, 네 쌍의 부부들은 그보다는 “이혼 전 마지막 희망을 걸고 출연할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무릅쓰고 출연할 만큼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는 것이다. ‘화성인…’처럼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이해해달라는 설득을 위해 적극적으로 출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케이블 TV가 주 무대였던 새로운 컨셉트의 일반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지상파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SBS는 결혼적령기의 남녀를 한 공간에 놓고 심리 변화를 추적한 신년특집 ‘짝-애정촌’을 정규 편성해 3월 첫 방송한다. 기획의도에 맞는 출연자들을 모집해 그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빚어내는 리얼리티를 보여준다는 것. 일반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따라가는 ‘인간극장’류와는 다른, 일반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진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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