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가 3월부터 커피ㆍ제빵업체 등에 공급하는 우유값을 50% 가량 인상키로 했다가 관련 사실이 알려진 지 반나절 만에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서울우유는 "실무부서의 착오"라고 했지만, 결국 구제역에 따른 젖소 살처분으로 우유대란은 현실화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소매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우유는 16일 "원료용 대포장 단위로 판매하는 거래처에 대한 공급 가격과 관련, 실무부서의 납품가격 의사 타진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면서 "현재로서는 우유 납품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SPC와 뚜레쥬르, 스타벅스코리아 등 원료용 우유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제과ㆍ제빵업체와 커피전문점에 우유 공급가를 평균 50% 가량 올리겠다는 공문을 보냈던 서울우유가 이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국내 우유 최대 공급업체이자 학교 급식우유의 67%를 담당해온 서울우유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가격인상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탐앤탐스와 더카페 등 일부 커피전문점이 최근 품목별 가격을 300~500원 올린 바 있고, 스타벅스측은 우유를 두유로 대체하거나 카페라떼 이외의 음료를 권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중이다. 그간 설탕값이 오른 상황에서 원유(原乳) 공급량 축소로 버터와 생크림, 탈지분유 등의 생산량이 줄어 가격인상 부담에 시달렸던 제과ㆍ제빵업체들 역시 고민이 컸다.
서울우유가 기업체 납품가 인상 방침을 '가격 정상화'로 설명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 우유 공급량이 풍부해 1kg당 기업체 납품가를 소매가의 절반 수준에 공급해왔던 것을 정상가로 되돌리려 했다는 것이다. 또 3월 신학기가 시작되면 우유대란이 현실화할 거라는 우려가 큰 만큼 급식우유의 67%를 공급하는 입장에선 수급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낙농진흥회도 4월부터는 우유 공급량이 수요량을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우유가 기업체 납품가 인상 방침을 철회한 것을 두고 뒷말이 적지 않다. 당장 식품물가 고공행진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정부가 뭔가 부정적 신호를 보냈을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유가공업체 관계자는 "서울우유의 기업체 공급가 인상 철회 해프닝은 결국 우유대란이 현실화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생활물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구제역 후폭풍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