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양산 오명에도 시청률은 잘 나오던 임성한 작가의 힘이 다한 걸까. 이제 8회를 지난 SBS 주말드라마 ‘신기생뎐’이 10% 안팎의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다.
화제 속에 막을 내린 ‘시크릿 가든’의 바통을 이어받은 ‘신기생뎐’은 50부작으로 기획된 SBS의 야심작이다. 원작 소설 이 이현수 작가의 섬세한 필력으로 문단에서 호평을 받았던 터라 드라마로 만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지금까지 방송에선 원작을 살려 “잊혀진 기생문화를 복원하겠다”는 제작 의도는 찾아볼 수가 없다. 재벌남과 신데렐라라는 소재를 반복해온 임성한식 드라마 한 편이 있을 뿐이다.
시청률 거품이 빠지면서 더 이상 임성한식 드라마가 안 통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특유의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와 무리한 설정 등 작품성의 문제는 이번 드라마에서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아들에게는 폭언을 일삼으면서 애지중지하는 개의 생일파티는 성대하게 열어주는 주인공 아다모(성훈)의 아버지 아수라(임혁) 등 납득하기 힘든 인물은 보는 것 자체가 짜증스럽다. 몰입을 방해하는 어설픈 독백 처리와 상상 신 남발, 분위기에 맞지 않는 코믹 장면 등 그동안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끊이지 않았던 논란도 여전하다.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신인을 주연에 기용하는 파격적인 캐스팅으로 성공을 거뒀던 남다른 안목도 이번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인공 단사랑 역을 맡은 임수향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평면적인 연기를 펼쳐 ‘제2의 이다해’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성훈은 아예 대사 처리도 안 된다는 비판을 받는다. 격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신인 연기자들은 “해도 너무하다”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다”는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중견 연기자들마저 과장된 톤으로 일관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안정된 연기를 펼치던 이들마저 역량을 의심받을 정도니 대본과 연출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직 초반이라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소수의 마니아층 드라마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장장 50부를 끌고 나갈 수 있을지, 위태로워 보인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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