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을 부부동반으로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할 모양이다. 이 모임은 형식상 정권 출범 3주년을 앞둔 자축행사 성격이 짙어, 구체적 쟁점에 대한 진지한 의견 교환보다는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한 환담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만나는 자리라는 점에서 주요 정치현안에 대한 의사소통을 피해갈 길은 없다. 이번 모임이 지난달 26일로 예정됐다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중도 사퇴 문제로 연기됐던 사정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당시 정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여당 지도부의 공개적 사퇴 요구에 청와대가 적잖이 당혹감을 느꼈고, 이후 양측의 소통과 관계 정비가 여권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바 있다. 따라서 그런 요구에 답하는 만찬모임은 정치적 의사소통의 자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정치적 소통이 여당 지도부와의 만남을 앞세우는 데서 고질적 '내향성'을 확인하게 된다. 1순위로 거론되리란 개헌 문제가 좋은 예다. 자칫 세종시 수정안처럼 권력누수를 재촉할 것이라는 우려를 깐 청와대의 관심이나, 설득은 어렵더라도 슬쩍 여당 내 회의론을 견제하고 추진론을 부추기려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와 국민적 무관심을 감안하면 여당 내 반대파 설득 의욕은 헛된 것은 물론, 너무 내향적이다.
국민의 관심은 구제역과 물가, 전세대란 등으로 기울어 있다. 2월 국회가 민생 현안에 모종의 해법을 내기를, 그에 앞서 청와대 영수회담이 여야의 강파른 정치 공방을 누그러뜨려 국회의 효율적 운영에 기여하길 바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야당의 무조건 등원 결정으로 영수회담이 진정한 소통의 장이 될 여지가 커졌는데도 청와대의 소극적 자세는 그대로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같은 생각을 하는 우리 편을 만나는 것보다 다른 생각을 하는 상대 편을 만나는 모습을 국민은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정곡을 찔렀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정치"라는 말과 함께 유독 정치소통에서 내향성이 두드러진 이 대통령이 새겨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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