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사교육이 팽창하면 공교육이 약화되고, 또 공교육이 약화되면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드디어 끊어졌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15일 교과부의 '2010년 사교육비 조사'결과는 이처럼 들뜬 분위기에서 발표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규모가 20조9,000억원으로 전년 21조6,000억원에 비해 3.5% 줄었고, 사교육비가 줄어든 건 외환위기 이래 처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교과부 발표는 정부의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확대재생산하는 결과만 낳았다. 굳이 학부모들의 반응을 들 것도 없이, 거의 전 신문과 방송이 이 장관의 선언이 섣부르다는 평가를 냈다. 특히 "사교육비가 줄어든 것은 특목고 입시를 개편하고 학원 시간을 단축하는 등 현 정부가 추진한 사교육 정책이 효과를 나타낸 것"이라는 이 장관의 주장은 납득은커녕 의구심만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학생수 21만명 감소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교과부 자료에도 명시돼 있는데 왜 비웃음을 자초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통계청의 사교육비 실태조사는 통계 자체가 섣불리 정책적으로 인용하기엔 적절치 않은 자료인 게 사실이다. 이번에 인용된 조사는 전국 초중고 학부모 4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파악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학부모들이 학교를 통해 받은 설문지에 특정 기간의 월별 사교육비 지출액을 자술한 결과일 뿐이다. "지출액을 쓸 때 담임교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조사 참여 학부모의 고백은 기초 데이터부터 적지 않은 왜곡 발생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감소폭이 의미를 부여할 만큼 컸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월 평균 24만원 규모인 학생 1인당 사교육비의 감소폭은 2,000원 내외에 불과해 그야말로 통계오차 수준일 뿐이었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정확한 효과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적절치 않은 통계를 부적절한 방향으로 인용한 이번 발표는 교과부의 교육행정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꿰어 맞춰지고 있는지 드러낸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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