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지 못하면 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국가의 수치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5일 한 말이다. 때마침 국제올림픽위원회(IOC)실사단이 평창을 방문, 올림픽 개최능력을 최종점검 하고 있는 중이어서 '나라 체면''국가 수치' 발언은 울림이 컸다.
올림픽 유치 삼수에 나선 절박한 마음과 실사단을 향해 올인 하겠다는 심정을 나타낸 것으로 이해된다. 평창은 앞선 두 차례 도전 모두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역전패 했다. 따라서 이번 발언은 평창유치위에 지나치게 부담만 안겨줬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유치위의 한 관계자는 "생각하기 싫지만 (유치에) 실패하면 나라꼴을 우습게 만든 죄를 뒤집어 쓸 판"이라며 후폭풍을 걱정했다. 사실 IOC실사단의 평가는 개최지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결정적인 하자가 드러나지 않는 한 '대회개최 이상무'라는 선에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창은 현재 유치 후보 도시 중 뮌헨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유치위는 이번 실사를 통해 1위로 나서겠다는 각오다. 4년 전 설계도면에 불과하던 경기장이 완공돼 실사단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투표권을 쥔 111명의 IOC위원들에게 감동을 주기엔 부족하다.
올림픽은 더 이상 스포츠인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과 주무장관은 '유치실패=나라망신ㆍ수치'라는 극언으로 유치위를 몰아부칠게 아니라 다른 컨셉으로 유치활동 전면에 나서야 한다.
2007년 러시아 소치가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기 수개월전, 당시 푸틴 대통령이 수영복과 유도복을 입은 채 외신에 등장, 큰 화제가 됐었다. MB정부 들어 우리나라 스포츠는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대회는 물론 32년 동안 깨지지 않던 100m 한국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단군이래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 그만큼 스포츠와 '찰떡궁합'인 이 대통령이 푸틴을 능가하는 스포츠 열정을 선보인다면 평창의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지지 않을까.
최형철 스포츠부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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