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연일 한국을 떠나고 있다. 주초 잠시 발길을 돌리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등을 돌려 매도 공세를 펴고 있다. 주식은 물론 채권까지 국내 자산은 모두 팔아 치우는 양상.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세계적인 자금 이동 현상과 맞물려 외국인들의 엑소더스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21.41포인트(1.06%) 급락하면서 1,989.11로 마감했다. 불과 이틀 만에 다시 지수 2,000선을 내준 것이다.
지수 하락을 주도한 건 또 외국인들이었다. 이날 하루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041억원 어치를 내다 팔았다. 2월 들어 9영업일 동안 7일(81억원)과 14일(340억원) 단 이틀을 제외하고는 연일 매물 폭탄을 쏟아내면서 이 달 누적 순매도 규모도 2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등을 돌리는 추세다. 작년 12월 연말을 앞두고 5조원 넘게 빠져나갔고, 올 들어 매도 공세가 약해지기는 했지만 15일 현재 8,623억원을 팔았다.
외국인들의 전방위적인 '셀 코리아(Sell Korea)' 공세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기 회복, 그리고 단기 투자차익 실현 등의 요인이 맞물린 결과.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 대거 풀린 자금이 한국 등 신흥국으로 몰려 들었다"며 "미국 경제지표들이 호전되는데다 일부 차익을 실현하려는 세력들이 맞물리면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부작용 우려도 크다. 외국인들이 매도 대금을 달러로 바꿔 나가는 경우 환율이 치솟으면서 가뜩이나 확대되는 물가상승 압력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또 채권 가격 하락으로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상승하면서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석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쯤 되면 신흥국으로 다시 자금이 유입될 공산이 크지만, 그 때까지는 급격한 충격이 없도록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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