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비리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이 16일 사의를 표명했다. 취임 6개월 만이다.
방사청에 따르면 장 청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방한한 인도네시아 대표단이 14일부터 17일까지 방사청과 양국의 방산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갑작스런 사의표명이었다. 한 측근은 “이번 주 들어 신문 사설에서까지 자신에 대한 의혹을 거듭 제기하면서 심적 부담을 느끼고 돌연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 청장은 조만간 있을 검찰 소환조사에 응할 것으로 전해졌다.
장 청장은 지난달 초 ‘함바집 비리’ 사건이 불거지면서 처음부터 이름이 거론됐지만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의 평소 스타일과 달리 언론과의 접촉을 모두 끊었고, 이에 검찰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거취표명 시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최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세무사 이모 씨에게 현금 5,000만원과 1,3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맡겼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상당한 중압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장 청장은 함바집 운영권 브로커 유상봉씨가 대구, 부산 일대에서 활동하던 시기와 겹치는 2004년 3월부터 2007년 2월까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을 지냈다.
장 청장은 이날 내부전산망에 올린 글에서 “저와 관련해 각종 의혹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태는 혐의의 진실 여부를 떠나 전 직원들과 국군 장병, 공직사회 전체와 이명박 정부에게 분명 당혹스러운 일일 것”이라며 “더 이상 저 때문에 방사청의 막중한 임무들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에 따라 사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장 청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2007년 대선 때 강만수 경제특보와 함께 MB노믹스의 얼개를 만들었다. 2009년 1월 국방부 차관에 임명됐고 같은 해 8월에는 국방예산 항의서한 문제로 당시 이상희 장관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8월 방사청장으로 부임했다. 방사청장 직무는 당분간 권오봉 차장이 대행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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