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일본과 영토 분쟁 중인 남쿠릴 열도에 중국,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영유권 강화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 수산청은 러시아 수산회사 '보즈로지제니에'와 중국 다이롄(大連)의 수산회사가 남쿠릴 4개섬 중 최남단인 쿠나시르에 해삼양식 합병사업을 시작하기로 기본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한국 수산회사와도 해삼ㆍ가리비 양식, 수산물 가공 합병사업을 위해 협상 중이며 인프라 정비, 호텔 건설 등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태평양전쟁 전까지 일본 영토였던 이 지역에 일본 이외 기업의 투자가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러시아 수산청 대변인은 러시아 의회가 조만간 국내 수산물 양식에 관한 새 법률을 채택할 전망이라면서 "남쿠릴 열도에 외국기업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며 특히 다수의 한국 회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러일 외무장관회담에서도 러시아는 일본측에 중국, 한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본은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전날 "일본의 태도나 자세와 양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을 비롯해 외무, 관방장관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제3국 국민이라도 일본 고유영토에 러시아 비자로 들어가는 것은 일본의 자세와 양립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중국, 한국 기업 투자 유치는 남쿠릴 4개섬 반환 협상에서 경제 협력을 유효한 카드로 삼아온 일본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과거 남쿠릴 열도의 일본 영유권을 명확하게 지지했던 중국은 1989년 옛 소련과 화해 이후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이후 소련과 국경 분쟁도 줄어든데다 센카쿠(尖閣) 문제로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점도 이번 투자가 성사된 배경이 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과 영토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들과 연계해 일본을 포위하려는 것이 러시아의 전략이라며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이 남쿠릴 열도 개발에 뛰어들 경우 사태는 한층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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