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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제일모직에 130억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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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제일모직에 130억 배상"

입력
2011.02.16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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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제일모직에 13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사건과 관련한 이 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가 무죄로 판결이 났지만, 손해배상 책임은 물을 수 있다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합의부(부장 최월영)는 18일 장모씨 등 제일모직 소액주주 3명이 '제일모직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를 포기토록 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이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면서 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게 하고, 제일모직으로 하여금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도록 했다"며 "경영판단 원칙이 적용돼 이사의 책임이 면제된다는 피고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전환사채 발행 당시에 에버랜드나 제일모직의 경영상태가 양호했고, 에버랜드는 발행 이전이나 이후에 한 번도 전환사채를 발행하지 않았다"며 "전환사채의 적절한 가액이나 주식가치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결 정족수가 미달된 상태의 이사회에서 전환사채 발행 결의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원고들은 제일모직이 1996년 이 회장 때문에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해 손해를 입었다며 2007년 137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앞서 진행된 이 회장의 형사재판 결과를 보기 위해 대법원과 서울고법, 서울중앙지검에 기록 송부와 열람을 요청했으나 잇따라 거부됐고, 그 과정에서 재판이 4년이나 걸렸다. 2009년 이 회장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돼 서울고법으로 넘어간 후에도 1만쪽의 기록 중 48쪽만 받을 수 있었다.

삼성에버랜드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계열사가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이 회장에게 있다고 본 이번 판결은 앞으로 다른 계열사의 유사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원고 대리인인 김영희 변호사는 "재계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도를 감안할 때 재벌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 측은 "이번 판결이 1심인데다 확정 판결이 아니어서 어떤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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