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들, 새 정보시스템 KICS에 불만 고조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다가 피의자 다 도망가게 생겼습니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숙련가도 일반 형사사건 피의자 1명당 서류 작성에만 30분씩 걸린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속 터집니다."
수사 내용을 전산으로 입력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ㆍ킥스) 때문에 경찰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시스템이 본격 가동한 지 반년이나 지났지만 문제점은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킥스에 쏟아지는 원성의 주된 이유는 입력 항목이 너무 많다는 것. 예컨대 직업 입력은 택시운전기사, 배달원 등 수많은 직업 가운데 해당 항목을 찾아 체크하는 형식이라 직접 글로 입력하는 것보다 배 이상 걸린다. A경찰서 생활질서계의 경찰관은 "불법 게임장이라도 단속하면 수많은 피의자 한 명 한 명 모두 따로 서류를 작성해야 해서 종일 걸릴 때도 있다"며 "도리어 피의자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호통을 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절도나 도박사건은 더 더디다. 압수물품 관련 서류까지 작성하다 보면 보통 3, 4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단순 음주사건도 번거롭기는 마찬가지. 교통과 직원을 불러 피의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뒤 수치를 교통시스템에 입력하고 그 데이터를 다시 킥스에서 불러와 문서 작성을 해야 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 강남지역 A파출소의 김모 경위는 "심야에 음주사건에 신고까지 몰리면 한마디로 미칠 지경"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경찰관은 "피의자가 장시간 지구대나 파출소에 있다 보면 도주 자해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지 않겠느냐"며 획기적인 개선책을 주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올해 안에 시스템 개선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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