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는 한때 단독 선두였고 부산 KT, 원주 동부와 공동 1위를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1위는커녕 2위 자리도 불안한 처지가 됐다. 1위 KT는 갈수록 달아나는데다 3위 전주 KCC와 4위 원주 동부 역시 무서운 연승행진을 이어가며 턱 밑까지 추격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랜드가 '사면초가'에 몰린 뒤 만난 15일 대구 오리온스전. 전자랜드로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가 아닐 수 없었다. 승리보다 패배할 경우의 시나리오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경기 전 만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다른 팀들의 승패, 승차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우리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1쿼터를 11-16으로 뒤진 전자랜드는 2쿼터 종료 2분52초를 남기고 17-36, '더블 스코어' 이상 점수 차가 벌어졌다. 패색이 짙었다.
26-43으로 크게 뒤진 채 전반을 마친 전자랜드는 3쿼터 들어 달라졌다. "정신 차려라"는 유 감독의 따끔한 질책이 대기실 밖으로 새어 나올 정도였다.
1ㆍ2쿼터 오리온스의 '찰거머리 수비'에 꽁꽁 묶여 각각 4점과 2점에 그쳤던 서장훈과 문태종이 10점과 7점을 림에 꽂으며 분위기를 전자랜드 쪽으로 가져왔다. 3쿼터를 마친 점수는 56-57, 오리온스의 근소한 리드. 전자랜드는 '4쿼터 사나이' 문태종이 11점을 폭발하며 시소게임을 마무리했다. 전자랜드의 78-75 진땀승.
2연승을 달린 전자랜드는 28승(13패)째를 기록, 선두 KT에 두 경기 차로 따라 붙었고 3위 KCC는 두 경기 차로 다시 벌렸다.
한편 원주에서는 홈팀 동부가 김주성(17점) 윤호영(12점) 로드 벤슨(24점)으로 이어지는 막강 삼각편대를 앞세워 창원 LG를 76-64로 꺾고 5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동부는 이날 경기가 없던 3위 전주 KCC를 반 경기 차로 추격했다. 전자랜드-KCC-동부가 펼치는 치열한 2위 다툼이 종착역을 향해 가는 농구 코트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구=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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