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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소득 3천달러, SNS와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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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소득 3천달러, SNS와 민주화

입력
2011.02.1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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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와 이집트의 민주화 바람은 과거와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는 한국의 6월 민주항쟁과 동유럽의 민주화 도미노 현상이다. 미래는 중국과 북한의 체제 변화 가능성이다.

한국과 동유럽, 튀니지, 이집트 등으로 이어지는 권위주의 해체 현상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적정 수준의 경제발전이다. 튀니지의 1인당 국민소득(2009년 기준)은 3,720달러에 이르렀다. 이집트의 2009년 1인당 국민소득은 2,450달러였다. 지난해에는 3,000달러에 육박했을 것이다. 6월 항쟁이 있었던 1987년 한국의 1인당 소득은 3,321달러였다. 1989년 동유럽에 민주화 열풍이 불 때도 다수 국가의 국민소득은 2,500~4,000달러 수준에 달했다.

예외가 있지만 경제발전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 민주화가 정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당수 정치학자들은 '민주주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경제성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립셋(S.M. Lipset)과 아담 쉐보르스키(Adam Przeworski) 등이 그들이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진행된 경제발전이 권위주의 체제를 삼키는 현상이 벌어져 온 것이다. 따라서 매우 가난한 나라보다는 경제가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른 나라에서 민주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물가 폭등, 실업률 상승, 양극화 심화 등의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 사회적 불만이 쌓이게 된다. 게다가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사건이 생기면 불만이 대규모 시위로 분출하게 된다.

물론 경제발전이 민주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빠른 정보 유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확대와 높은 교육 수준 등이 병행돼야 한다. 튀니지의 경우 국민 10명당 10대 꼴로 휴대전화가 쓰이고 있다. 이집트에선 국민 10명 중 7명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경제성장에 따른 통신 인프라 보급을 토대로 이번에 'SNS 혁명'이 가능했다. 결국 두 나라의 민주화는 3,000달러 전후의 국민소득과 SNS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이다.

이 같은 프리즘으로 중국과 북한을 보면 어떻게 보일까.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2009년 기준)은 3,677달러이다. 중국에는 인터넷과 휴대전화도 충분히 보급돼 있다. 다만 공산당의 권력독점으로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 개진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국가주석 등을 국민들의 손으로 직접 뽑을 날이 덩샤오핑(鄧小平)의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덩샤오핑은 1987년 "50년 뒤엔 중국에서도 주석을 선거로 뽑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북한의 상황은 중국보다 더 열악하다. 1인당 소득은 1,000달러 전후에 그친다. 휴대전화의 보급도 30만대를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마침 북한에 휴대전화를 개통한 통신사는 이집트의 오라스콤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북한은 철저하게 주민들을 감시하기 때문에 체제 비판 여론이 형성되기 어렵다. 이 같은 여건으로 인해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열기를 당장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지도부 내의 권력투쟁에 따른 변화는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남북 교류∙협력과 대북 경제 지원 문제를 북한 민주화의 토대를 만든다는 관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중국과 북한 등은 이집트의 민주화 소식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별 소용이 없는 조치가 될 것이다. 길게 볼 때 점진적이든 급격한 방식이든 민주화의 물결이 밀려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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