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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장경 제작 1000년… '대장경, 천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 저자 오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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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장경 제작 1000년… '대장경, 천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 저자 오윤희

입력
2011.02.1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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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교정·고려인의 정신세계 등이 대장경의 참된 가치"

올해는 고려가 대장경을 만들기 시작한 지 1000년이 되는 해다. 대장경은 부처의 말씀인 경ㆍ율ㆍ론 삼장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것을 가리키지만 불전 외에 당대의 모든 지식을 결집한 거대한 그릇이기도 하다. 고려는 현종 2년인 1011년 거란이 침입하자 불력으로 외적을 물리치고자 목판에 대장경을 새기기 시작했다. 이 초조대장경이 몽골 침략기에 소실되자 1236년부터 다시 새긴 재조본이 해인사 팔만대장경(1251년 완성)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대각국사 의천이 편찬한 교장(1094년 전후ㆍ일명 속장경)이 있다. 의천의 교장은 대장경 삼장에 대한 여러 종파의 주석서들을 모은 것이다. 초조본 재조본 교장을 합쳐 고려대장경이라고 부른다. 초조본과 교장은 경판이 소실되어 인쇄본만 일부 전한다.

(불광출판사 발행)은 불전 전문가 오윤희(53)씨가 고려대장경의 참된 가치를 알리고자 쓴 책이다. 그는 2010년까지 6년간 고려대장경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고려대장경의 전산화 작업을 주도했다.

세계문화유산인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두고 흔히 '마치 한 사람이 쓴 듯 글씨가 정연하고 아름답다' '오자가 하나도 없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이다'고 하지만 그는 "낯부끄러운 자화자찬"이라고 비판하며 고려대장경의 참된 가치는 다른 데 있다고 말한다.

"좀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고려대장경은 짝퉁입니다. 초조본은 10세기 말 중국 송나라의 개보대장경을 엎어놓고 베낀 것이고, 이 초조본을 다시 베낀 것이 팔만대장경이니까요. 가장 오래됐다는 말에는 '현존하는' 이라고 단서를 달아야죠. 오자가 없다? 재조본에 포함된 교정별록에도 오자가 여럿 나타납니다. 고려대장경의 진가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인정한 것은 18세기 일본 학자들입니다.'만국무쌍의 대장경'이라고 극찬했죠. 고려대장경이 왜 훌륭한지 제대로 연구하지도, 가르치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최고라고 자랑하는 건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는 고려대장경의 우수성으로 크게 세 가지를 주목한다. 대규모의 정교한 교정 작업, 대각국사의 교장이라는 전무후무한 성과, 그리고 대장경에 담긴 고려인의 정신세계다.

"동아시아에서 목판인쇄술이 정착하던 시기에 고려가 대장경을 만들면서 기존 문헌을 대량으로 교정한 것은 지식사회사에서 중요한 사건입니다. 초조본을 만들 때부터 꾸준히 교정을 했지요. 이는 목판인쇄로 대량복제가 가능해진 매체 혁신기에 고려인들이 텍스트의 정확성을 얼마나 고심했는지 잘 보여 줍니다. 대각국사의 교장 5,000여권(권은 두루마리를 세는 단위)은 순전히 고려인의 손으로 수집ㆍ정리된 것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고려대장경이자 어느 나라도 하지 못한 전무후무한 결집입니다. 교장에는 대각국사가 수집한 문헌목록이 나옵니다. 대각국사가 아니었다면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잊혀졌을 귀중한 것들이죠. 대장경을 만든 고려인의 정신은 신라시대 원효의 화쟁사상에 있다고 봅니다. 고려인들은 세계와 교류한 국제인들이었고, 원효는 대각국사의 역할 모델이었습니다."

대각국사에 대해 그는 마음의 빚을 느낀다고 했다.

"위대한 업적에 비해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분입니다. 안타깝지요. 11세에 출가한 대각국사는 열아홉 살 때 왕에게 상소를 올려 불법 전래 후 천 년의 지혜를 모으겠다는 뜻을 밝히고, 서른 살에 문헌을 수집하기 위해 송나라로 밀항합니다. 거란의 압력에 고려와 송의 외교가 단절되다시피 했던 민감한 시기라 장사꾼 배로 몰래 떠나지요. '지혜의 그물망'을 완성해서 후대 천년에 전하겠다는 원대한 발원이 14개월 간의 구법 여행과 귀국 후 편찬 작업을 거쳐 교장으로 이룩된 것이지요. 그의 역사의식과 집념은 놀랍기만 합니다."

대각국사의 장엄한 발원은 이제 21세기의 디지털 대장경으로 새 천 년을 바라보게 되었다. 오씨는 대장경은 과거에 갇히거나 한국만의 것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당대의 모든 지혜를 모은 그릇이라는 점에서 미래의 대장경에는 성경도 포함될 수 있으며, 여러 나라의 국제 공조로 다시 천 년의 지혜를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고려대장경 천 년을 기리는 올해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글·사진=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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