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재스민 혁명의 후폭풍으로 튀니지-이탈리아의 난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군대를 동원해 난민을 막기에 이르렀고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14일(이하 현지시간) AP,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5일간 튀니지 해안으로부터 125㎞ 떨어진 이탈리아 남서부 섬 람페두사에 튀니지 난민 5,000여명이 유입돼 양국 정부가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로베르토 마로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13일 난민행렬을 "전례 없는 성경 속 엑소더스"라며 튀니지 해안에서 난민 유출을 막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튀니지 당국은 즉각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거부했지만 14일부터 군대를 동원, 자르시스 등 항구도시 순찰을 시작했다. 튀니지군은 신원이 확인된 어부들만 출입을 허가하고 여러 개 검문소를 설치했다. 이후 튀니지 해안경비대가 난민 120명을 태운 배를 들이받아 5명이 숨지고 30명이 실종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처음 난민을 받아들였던 이탈리아 정부는 13일 긴급상황을 선포하고, EU 집행위원회에 사태해결을 위한 지원금 1억 유로(1억3,500만달러)를 신청했다. 이탈리아는 현재 축구장을 난민수용소로 개조해 난민을 수용하고 남는 인원은 시실리섬과 본토로도 보내고 있다. 이탈리아 측은 이런 속도로 탈출행렬이 이어지면 1년간 난민이 8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23년 독재 끝에 축출된 지네 엘 아바딘 벤 알리 전 대통령은 유럽이민을 법으로 금지했었다. 그동안 이민을 원하던 튀니지인은 최근 정치 불안에 자극을 받고 행정공백을 틈타 지중해 건너 람페두사섬으로 몰려가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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