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로 끝날 예정이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다시 연장된다. 당ㆍ정ㆍ청은 지난 주말부터 잇따라 회의를 갖고 "근로자의 세 부담이 갑자기 늘 수 있다"며 내년에도 혜택을 계속 주기로 합의했다. 가을쯤 정부 의견(세제개편안)이 나오고, 연말 정기국회에서 갑론을박 끝에 결정할 일에, 연초부터 서둘러 쐐기를 박은 셈이다.
소득공제를 계속 받을 수 있다니, 봉급생활자 입장에서 기분은 좋다. 작년부터 공제폭도 줄였는데, 정직한 '유리지갑' 소유자들에게 이 정도 혜택마저 박탈한다면 정말 '야박한 정부'란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 문제는 그 과정에 있다. 형평과 효율, 재정파급효과 등 따져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세금문제를 충분한 논의와 토론도 없이,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연장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기본적으로 일몰형 제도다. 1999년 세원 양성화 차원에서 도입된 것으로, 그 동안 종료시한이 4차례나 연장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일몰형 제도는 기본적으로 '폐지'가 원칙이다. 정책효과가 충분히 달성됐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소명을 다했다고 판단되면 중단하고, 존속이 필요하면 다시 시한을 걸고 연장하는 게 상식적인 정책결정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신용카드 공제연장은 이런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채, 논란이 불거진 지 불과 일주일여만에 속전속결로 결론을 내버린 것이다.
이유는 뻔하다.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재ㆍ보궐선거. 그렇지 않아도 밑바닥 민심이 흉흉한데 이런 문제로 시간을 끌어봐야 전혀 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른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기야 표에 관한 한 야당도 같은 입장이니, 여기에 제동을 걸 리 없고.
재ㆍ보궐선거도 이 정도인데, 총선과 대통령선거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벌써부터 내년이 걱정된다.
김용식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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