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등판의 긴장은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답게 짧은 투구(2이닝 30개 투구)에도 박찬호(38ㆍ오릭스)는 이내 일본야구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찬호는 15일 일본 오키나와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서 열린 자체 연습경기에서 2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뒤 “생각했던 것만큼 잘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박찬호의 실전등판은 지난해 10월2일 플로리다전 이후 136일 만이었다. 평소의 60~70% 힘으로 던진 만큼 최고 구속은 시속 138km에 머물렀다.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박찬호는 2회 1사 1ㆍ2루에서 초구를 던지다 보크를 범했다. 주심과 1루심은 박찬호가 기만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멈춤 동작 없이 곧바로 투구를 했다고 판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승엽과의 사상 첫 맞대결에서는 판정승을 거뒀다. 박찬호는 1회 2사 1루에서 맞닥뜨린 이승엽을 초구에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박찬호는 2회에도 무사 1ㆍ2루에 몰렸으나 후속 타자를 2루수 플라이와 병살타로 잡아내는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였다.
앞선 두 차례 평가전에서 2타수 무안타 4사구 2개에 그쳤던 이승엽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첫 안타를 신고했다. 볼카운트 0-3에서 백팀 세 번째 투수 가토 다이스케의 직구를 당겨 깨끗한 우전안타를 뿜었다. 이승엽은 1루 베이스를 밟은 뒤 대주자로 교체됐다.
경기가 끝난 뒤 박찬호는 “실전감각을 키웠고 볼 배합 요령도 배웠다. 특히 포수가 볼카운트에 따라 어떤 공을 요구하는지 배운 것도 소득이다”며 “(2회 1사 1ㆍ2루에서) 보크가 나왔는데 미국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보크와 다른 규정들을 심판에게 물었고, 확실하게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카다 감독도 “공의 움직임이 좋았기 때문에 타자들이 제대로 타이밍을 잡지 못했던 것 같다”며 “일본 심판들은 세트포지션에서 보크를 잘 잡는데 박찬호는 베테랑인 만큼 조금만 신경 쓰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박찬호는 25일 고치현에서 치러질 청백전 선발 등판에 이어 3월 5,6일 나고야 돔에서 열리는 주니치 드래곤스와의 시범경기 중 한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