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마임공작소판의 '게르니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마임공작소판의 '게르니카'

입력
2011.02.15 05:49
0 0

황지우 시인이 1983년 작 ‘徐伐, 셔발, 셔발, 서울 Seoul’에서 구사했던 언어는 지금 봐도 동시대적이다. ‘숑숑숑숑숑숑 (후략)/띠리릭 띠리릭 (후략).’ 전자 오락에서 따온 감각적 이미지는 당시 젊은 감성에게 새로운 표현의 틀로 다가왔다.

비슷한 이치로 마임 집단 마임공작소판의 ‘게르니카’는 현대 회화의 클래식으로 추앙 받는 피카소의 그림에서 우리 시대의 감성을 읽어 낸다. 해체적이고 현대적인 이미지가 가득한 1937년의 이 걸작이 21세기와 만나는 방식은 공감각이다. 가로세로 각각 7m와 3m로 원화와 크기가 거의 유사한 전면 벽을 복사판이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 그림 속 사람과 동물이 배우들의 육체를 통해 거듭 난다.

개막을 알리는 신호는 조종(弔鐘) 소리다. 이어 조각난 피카소 그림을 각각 들고 있던 배우들이 암울한 클래식 속에서 자신들의 참상을 몸으로 말한다. 포탄에 몸이 찢긴 소의 고통까지도 그 몸의 몫이다. 허공을 가르는 폭탄 투하음, 폭발음, 사이렌 소리 역시 배우의 입을 빌어 구현된다. ‘게르니카’라는 텍스트가 연극적으로 훌륭히 해체되고 재구성된 것이다.

무대는 비디오ㆍ커퓨터 게임에 의해 폭력이 일상화해 있음도 알린다. 두 남자 배우가 이소룡의 무협 영화를 본뜬 괴성과 동작으로 ‘스트리트 파이터’를 재현할 때 그림 ‘게르니카’는 조각조각 해체된다. 또 배우들은 날카로운 파편을 암시하는 긴 막대로 숨돌릴 큼 없이 말 역할을 하는 배우를 공격한다.

갑자기 컴퓨터 기계음이 “Here comes the new challenger”라 소리치고, 더욱 격렬해지는 동작과 괴성에 맞춰 자막에는 ‘Round2’라는 글자가 뜬다. 이 사이버화한 세상에서 더욱 강도를 높이는 폭력의 양상은 또 다른 스테이지로만 인식될 뿐이라는 암시다. 급기야 서로의 머리를 가격하고 찌르는 두 말의 격한 동작은 동족상잔의 비극성을 구현하기 족하다.

30년 경력의 마임이스트인 대표 유홍영(51)씨는 이 무대로 마임의 휴머니스트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켰다. 이번에 구성과 연출로 참여한 그는 “우리는 몸을 통해 아름답고 따스한 느낌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예리한 역사ㆍ현실 인식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무대조차도 인간에 대한 믿음이 저류에서 느껴진다. 클래식 음악과의 만남을 근간으로 하는 향후 계획은 그 확장인 셈이다.“윤이상의 ‘심청’ 등 지금 구상 중인 타 장르와 만남 역시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마임이 될 것”이라고 그는 다짐한다. 27일까지 삼일로창고극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