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이집트의 민주화 영향을 받은 중동지역의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마침내 바레인 정부가 강경진압에 나서 사망자가 또 다시 발생했다. 바레인에는 현재 비상 계엄령이 선포됐으며 군이 보안을 맡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17일(현지시간) 새벽 바레인 수도 마나마 진주광장에서 수백명의 경찰이 충격으로 사람을 기절시키는 시위진압용 충격수류탄, 최루가스을 쏘며 곤봉 등을 들고 수천명의 반정부 시위대를 급습, 최소 5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의 부상자가 인근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NYT는 진압경찰이 엽총을 발포하며 시위대를 광장에서 몰아냈다며 바레인 정부의 강경진압을 비난했다.
시위대는 이미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시민의 장례식을 16일 치르고 시아파 차별 철폐와 민생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뒤 이날 새벽 광장에 쳐 놓은 천막 등에서 잠시 쉬고 있는 중이었다. 이날 시위대에는 여성과 어린이도 포함돼 있었으며 경찰을 황급히 피하는 과정에서 미아가 발생하기도 했다. 목격자들은 "동이 트기 전에 여기저기에서 흰 헬멧을 쓴 경찰이 경고도 없이 시위대를 짓밟았으며 무기 발포소리와 희뿌연 연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전했다.
바레인 국가안보위원회는 시위 진압 후 계엄령을 선포하고, 곳곳에 탱크와 군용 차량, 아파치 헬기를 배치했으며 거리 곳곳에는 검문소를 설치했다. AP통신은 "경찰이 도맡아왔던 초기 시위 대응과 달리 군이 처음으로 개입한 징후가 포착됐다"며 "군이 시위 진압을 하지 않았던 이집트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레인의 주요 시아파 야당 이슬람국가협의회(INAA)의 압둘 잘릴 칼릴 의원은 소속 의원 18명 전원이 유혈사태에 항의하기 위해 의원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음달 13일 마나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포뮬러원(F1) 그랑프리 2011시즌 개막전도 연기됐다.
바레인에서는 이번 주 촉발된 시위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이미 2명이 사망했었다. 시위대는 경찰의 총격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바레인은 장기간 소수파인 무슬림 수니파가 집권하면서 다수 시아파에 대한 견제와 탄압이 심해져 왔다.
이미 시위과정에서 4명이 사망한 리비아에서는 이날을 '분노의 날'로 정하고 제2의 도시 벵가지 등에서 정권교체를 촉구하는 시위대를 보안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라크에서도 반정부시위가 벌어져 시위자 2명이 숨졌다. 예멘에서는 18일 100만명이 집결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릴 예정이라 자칫 중동지역에 대규모 유혈사태가 우려된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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